"야구인이 인정하는 팀 만들고 싶어"
고교 감독은 3D 직종 불려
스카우트·진로·훈련 책임
2013년 이후 전성기 구가
최근 4년 새 12명 프로행
NC 창단 지역야구 활기
"꾸준한 야구명문이 꿈"

"운이 좋았다."

각종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프로 선수들을 다수 배출하며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마산용마고 야구부 김성훈(46) 감독은 자신이 낸 성과에 겸손해했다. 김 감독은 선수 생활 때부터 지도자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은 덕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용마고가 보여준 성과들을 운으로만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지난 5일 용마고에서 그의 야구 인생과 지도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마산성호초-마산동중을 거쳐 1990년 용마고를 졸업한 김 감독은 당시 고졸 선수로서는 드물게 실업야구팀 제일은행에 입단했다. 김 감독은 짧은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1996년 용마고 코치로 지도자로서 삶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마산동중 감독과 창원 신월중 감독을 거쳐 지난 2011년 4월 용마고 지휘봉을 잡았다.

취임 초기 매우 힘들었다. 이미 선수 구성이 완료된 상태로 시즌이 진행 중이었다. 김 감독의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마산용마고 야구부 김성훈(앞줄 가운데) 감독이 내년 선전을 다짐하는 의미로 선수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사실 고등학교 감독 자리는 상당히 힘들다. 야구의 3D 직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선수 스카우트부터 성적, 진로 등 모두 감독이 신경써야 한다. 스트레스를 매우 많이 받는 자리다. 초기에는 경기만 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후회한 적도 많았다. 다행히 주위에서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김 감독은 마음을 고쳐 먹었다. 힘들어서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내가 스카우트한 선수들을 데리고 경기해 보고 그만두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소질 있는 선수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경남은 물론, 전국 각지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리고 취임 3년 차인 2013년 봉황대기 4강 진출을 기점으로 용마고는 전성기를 달리기 시작했다.

황금사자기 준우승 3회(2014·2016·2017), 전국체전 금(2015), 은(2017), 동(2016) 획득, 봉황대기 3년 연속 4강 진출(2013~2015). 김 감독 체제에서 용마고가 이뤄낸 성과다.

이뿐 아니다. 최근 4년간 프로 선수를 12명이나 배출했다. 2014년 김민우(한화), 2015년 안상현(SK), 김성현(넥센), 2016년 이정현(kt), 나종덕, 홍지훈(이상 롯데), 강병무(NC)에 이어 올해는 이승헌(롯데), 오영수, 박재영(kt), 이채호, 강동권(이상 SK) 등 5명이 프로 지명을 받았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혀도 한 해 4~5명씩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는 학교는 손에 꼽힌다.

마산용마고 김성훈 감독

이쯤 되면 김 감독이 어떻게 선수들을 가르치는지 궁금해진다.

"내가 선수 시절만 해도 억지로 운동했던 게 많았다. 시대가 달라졌다. 지금은 선수 개인이 스스로 운동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야구라는 스포츠 특성상 희생 정신도 필요하다. 야구에 희생번트가 있는 것처럼 내가 희생하지 않으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사회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런 자율과 희생 정신. 그런 점을 강조한다."

용마고는 최근 전국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결과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전국체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4대 전국대회(황금사자기·청룡기·대통령배·봉황대기) 우승기를 든 적이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마추어 야구에 '메이저 대회'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성적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좋은 결과를 내니까 4강 이상 성적은 당연하다는 듯 생각할 때 속상하다. 성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중시해야 하는데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선수들에게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동기 부여는 할 수 있어도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팀이 전국대회에서 준우승 하는 것도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추어는 꿈을 가지고 운동한다. 선수들 열심히 하는 데 격려해줬으면 좋겠다."

김 감독은 용마고가 주목받는 팀으로 성장한 데는 지역 연고구단 NC의 창단도 한몫했다고 했다.

"NC가 창원을 연고지로 창단한 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효과가 있다. 장비 지원 같은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보이지 않는 효과가 더 크다. 예전보다 야구를 하려는 아이가 더 많아졌다. 야구팀이 많이 생긴 것도 아니다. NC 창단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지금은 지역의 우수한 선수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오려고 한다. NC에 고마움을 느낀다."

김 감독이 언제 지휘봉을 내려놓을지는 알 수 없다. 그의 꿈은 용마고를 꾸준히 정상권에 도전하는 강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전국에는 중학생 선수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있다. 부산의 경남고와 부산고가 그렇다. 우리 학교도 그런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 또 계속 정상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강팀, 야구계에서 인정해주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야구 전문가 사이에서 인정받아야 우리 선수들의 진로가 밝아지지 않겠나. 우리 선수들이 원하는 프로 구단, 대학으로 갈 수 있는 그런 팀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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