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동구밖 생태 역사교실] (10) 양산·부산
통도사 범종루·연못 등지서 인증샷 찍으며 퀴즈 풀기
양산시립박물관서 체험활동 "딱딱한 역사 이제 재밌어"
고무줄 새총 쏘며 먹이 줘, 철새에 도움주는 경험 만끽
바람 맞으며 뛰어다니기도

◇역사탐방=양산 통도사~양산시립박물관~북정동고분군

11월 25일, 2017년 마지막 토요동구밖교실이다. 대산·굳뉴스·여수룬·회원한솔·옹달샘·상남 지역아동센터와 양산으로 갔다. 함께한 아이들이 유난히 많았다. 눈에 띄는 한 친구, 자리에 드러누워 원하지 않는데도 역사탐방에 오게 됐다고 강력 항의하는 모습이다. 집에서 편하게 게임하면서 놀지 못하고 시시하고 재미없는 역사탐방을 해야 하다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등 떠밀어 보낸 엄마를 원망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통도사로 가는 길, 전체 일정을 소개하며 역사탐방에서 절(사찰)을 찾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올해로 4년째인데 첫해 일이 떠오른다. 개신교회를 다니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절을 찾는 것에 항의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동안 방식과는 좀 다르게 했다. 팀별로 미션을 주고 답을 찾게 하는 대신 센터별로 다니면서 답을 찾고 같이 인증샷을 찍게 했다.

공동체의식을 좀더 갖도록 함께 움직이면서 사진도 찍고 추억도 쌓고 절간 공부도 하는 것이다. 범종루에 있는 목어 앞, 기다란 나무통 앞, 연못 앞, 조선시대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 앞, 등등이다.

제각각 즐겁게 사진을 찍으며 유쾌하게 통도사를 둘러보았다. 점심을 먹고 양산시립박물관으로 가는 버스에서 절 공부를 보충했다.

절간이 대부분 산 속에 있는데도 목어·풍경·목탁처럼 물고기 모양이 많은 까닭, 나무통의 용도, 연못이 있는 이유 등을 설명했다. 연못이 절을 아름답게 꾸미는 조경용이라고 얘기하면서 실은 나무로 만든 건물 대부분이 불에 취약하기 때문에 소화기 역할로 만들었다는 말에 아이들은 무척 흥미로워했다.

양산시립박물관은 북정동고분군에서 나온 유물들이 핵심이다. 3층에 부부총에서 나온 유물을 전시해 놓았다. 진품은 일본에 끌려가 있다.

▲ 통도사 입구 다리를 건너는 아이들.

전시관을 보고 고분군에 가서 부부총을 보면 훨씬 실감이 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2층이 훨씬 신나는 장소다. 눈높이에 맞추어 체험할 수 있는 거리를 다양하게 장만해 놓았다. 미션 없이 자유롭게 놀게 했더니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몰랐다. 활쏘기도 하고 배도 타고 옛날 옷으로 갈아입고 사진도 찍고 퍼즐 놀이도 했다. 머리로 하는 지식 습득이 최고는 아니다. 몸으로 익힌 것이 더 강한 경우가 많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올해 역사탐방에 모두 참여한 친구들은 손을 들어보라 했더니 생각보다 훨씬 많아서 놀라웠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는 친구도 있고 역사탐방을 통해 재미가 생겼다는 친구도 있다. 소감 발표는 하고 싶은 친구만 하게 했다. 앞자리 친구가 손을 번쩍 들고 하겠다고 난리다. 앗!! 아침에 억지로 역사탐방에 오게 되었다고 뒹굴던 바로 그 친구가 아닌가!

"지루하고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같이 문제를 찾아다니며 인증샷을 찍으니 러닝맨을 하는 기분이었고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니, 아침에 오기 싫다 안했나?" 옆에 있는 친구가 한마디 거든다.

하하하. 역사탐방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역사는 재미없다가 아니라 재미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오늘 탐방, 완전 대성공이다.

◇생태체험=명지철새탐조대~다대포해수욕장

생태체험은 동부·이동·햇살경화·웅동·자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했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들을 한 번 살펴보고 겨울바다가 주는 상쾌함을 함께 누려보는 것이다. 명지철새탐조대로 가는 버스에서 새들이 먼 거리를 나는 이유를 얘기했다.

"사람은 자연에서 여유를 즐기지만 정작 자연 속에 있는 새들은 그렇지 않다, 먹이를 찾고 새끼를 치기 위하여 하늘을 난다, 새들을 보고 자유롭다 하지만 실제 새들은 먹고사는 문제에 매여서 산다."

평소 못 듣던 얘기라 그런지 관심이 확 쏠리는 느낌이다.

한 발 더 나간다. "사람은 어른이 더 멀리 움직이고 아이들은 더 조금 움직이지만 새들은 아니다, 새끼가 날 수만 있으면 둥지에서 쫓아낸다, 자기 힘으로 살아야 한다, 힘이 센 새는 덜 움직이고 약한 새가 더 멀리까지 날아가야 하는 까닭이다, 같은 한반도지만 겨울철새의 경우 한강 어귀에 머무는 새보다 낙동강 하구까지 내려오는 새가 더 어리고 약하다." 나지막하게 탄성이 인다. 자기를 보살피는 부모에 대한 감사의 뜻인지 아니면 자연 속 철새들의 냉정·무심한 질서에 대한 감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명지철새탐조대에서 팀별로 미션을 내줬다. 아이들은 안내판을 보고 문제를 푸는 한편 망원경에 눈을 들이대고 갯벌에 내려앉은 철새들을 구경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미리 오리·기러기·고니 구분법을 얘기했다. "오리는 닭만큼 작고 날갯짓이 방정맞다, 기러기는 두 배쯤 되고 날갯짓도 덜 방정맞다, 전세계 2만 마리밖에 없는 고니는 낙동강 일대에 30%나 되는 6000마리가 찾는데 덩치도 훨씬 크고 날갯짓은 너울너울 우아하다."

▲ 다대포해수욕장에서 개 모양 시설물을 타고 올라간 아이들.

"저기 고니가 있어요! 대여섯 마리나 돼요!!"

가장 크다니까 손쉽게 알아본 모양. 날 때를 보면 오리는 그냥 무리를 짓지만 기러기는 V나 W처럼 모양을 지어 난다는 구분법도 도움이 되었다. 문제풀이를 하고 쥐꼬리장학금을 나눈 다음 바닷가로 내려가 산책을 즐겼다. 햇살도 다사롭고 바람도 잦아들었다. 미리 준비한 콩으로 철새들 먹이를 주었다. 고무줄새총으로 날려보내게 했다.

사실 몇 줌 되지도 않는 콩을 쏘아 보낸다고 해서 철새들한테 크게 보탬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를 통하여 '나도 철새를 위하여 무엇인가를 해 보았다'는 체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멀어진 새총을 만지면서 날려본 콩알이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위하여 해본 행동으로 기억되면 그만이다.

점심을 먹고는 다대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몇 발짝 움직이면 거칠 것 없이 쫙 펼쳐지는 바다다. 바다는 모래로 둘러싸여 있다. 아이들과 선생님은 모래에서 노닌다. 어떤 친구는 모래와 파도가 만나며 찰싹거리는 데를 골라 다니고 어떤 아이는 개 또는 사람 모양 모형을 타고 논다. 바람을 맞으며 뛰어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해수욕장 하면 여름만 생각하지만 실은 겨울바다도 못지않게 좋은 법이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물었다. "겨울철새는 세 가지만 알면 됩니다. 그게 뭐지요?" 돌아오는 목소리가 우렁찼다. "오리, 기러기, 고니요!!" "고니는 일본식 이름으로 백조라고도 해요.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고니요!!!" 전문가는 온갖 철새를 다 알아야 하지만 자연을 아끼고 즐기는 시민은 오리를 다 알 필요도 없고 기러기나 고니를 세세하게 구분할 까닭도 없다. 이 밖에 물떼새류 도요새류도 적지 않지만 전문가한테 맡기면 그만이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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