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이 지방자치제 도입 이래 최초로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 하동군은 야심 차게 추진했던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중단되면서 몇 년째 각종 소송에 휘말려 있는데 당장 대우조선해양과의 법정 다툼에서 패소하여 900억 원 가까운 빚을 갚아야 하게 생겼다. 비록 1심 판결이라지만 전 군수와 업무 담당자의 과실이 워낙 커서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이자만 사흘에 1억씩 불어나니 하루속히 갚는 도리뿐이 없다. 하동군도 내년 상반기에 조기 상환하기로 하고 총력을 모으는 중인데 워낙 액수가 커서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동군이 편성한 내년도 예산은 4559억 원에 불과하다. 군의 재정자립도는 7%로 전국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대략 내년 예산에서 5분의 1을 떼어내어 대우조선해양에 갚아야 하니 살림살이가 형편없이 쪼들리게 생겼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하동군은 갈사산업단지 추진과 관련하여 여러 건의 소송에 얽혀있는데 마찬가지로 추가 부담해야 할 액수가 더 많다.

하동군이 미래를 위하여 허리띠를 단단히 조이고 빚 청산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군은 꼭 필수적인 예산 이외에는 재정지출을 줄여 대우조선 채무 조기 상환금을 마련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부족분에 대해서는 경남도의 협조를 받아 기채도 발행하고, 공무원들의 각종 수당과 경비도 줄여 이자로 충당하겠다니 뼈를 깎는 모습이다. 더구나 이장 등 주민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모금활동도 벌어지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 군민들한테까지 번지고 있다.

무엇보다 급한 불부터 꺼야겠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당시에도 대규모 조선선업단지를 늘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란 지적이 많았다. 결과적으로는 금융위기와 조선산업위기가 겹친 탓이라지만 사실 장밋빛 환상에 빠져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인 단체장 등 행정의 책임과 주변인들의 탐욕 탓이 크다. 전 군수와 담당관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한다지만 상당 기간 군민들이 겪을 고통과 손해는 막심하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원인과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고 유사한 일이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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