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왜곡·편파방송하던 MBC 격세지감
<경남도민일보>포함 타산지석 삼아야

2017년 12월 12일 밤은 38년 전 1979년 12월 12일 밤과는 달랐다. 38년 전 일부 일탈한 군부에 의해 정권 찬탈이 시작되는 일촉즉발 민주주의 위기의 밤과는 달리 올해 12월 12일 밤은 7년간 왜곡·편파방송을 해오다 몰락한 한 지상파 방송이 뼈를 깎는 자성의 방송을 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12·12였다.

'엠빙신'으로 회자되던 그 지상파 방송은 이날 7년간 자기가 몸담았던 방송사에서 핍박을 받았던 아나운서를 간판프로그램인 의 진행자로 내세워 세상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줬다.

은 한때 한국 탐사보도의 기본이 되고 전설이 된 MBC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MBC는 이날 'MBC 몰락 7년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통해 광우병, 세월호 보도에 있어 국가기관의 외압과 방송사 간부들의 굴절된 행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화면에 스친 간부들은 예전 방송을 통해 본 익숙한 얼굴이어서 더욱 상실감은 컸다. 언론의 사명을 저버리고 정권에 부역하는 부끄러운 민낯은 보는 내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작금의 시대는 '영상·방송의 시대'라고도 한다. 이 때문에 방송은 이 시대의 모든 저널리즘의 최첨병으로 저널리즘의 본보기를 보여줘야 하는 사명과 기능이 부여돼 있다.

방송이 불공정하거나 비판기능을 상실하면 언론의 한 축인 종이 신문매체는 독자들에게서 더 멀어지게 된다. 이는 영상시대 여파로 책읽기보다는 직관적인 영상을 좋아하는 영향 탓이다.

방송의 몰락은 곧 전 언론매체의 위기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짜뉴스'가 생산되는 시대를 맞게 되면서 언론환경은 이미 새로운 위기에 봉착한 시점이다.

에서 손정은 아나운서는 "지난겨울 촛불의 열기로 이 광장에서 MBC는 시민에게 숱하게 많은 질책을 들었다"며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자에게는 미래가 없다. 7년간의 몰락 과정을 돌아보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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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손 아나운서는 "돌이켜보면 국민을 위한 방송, 시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영방송을 자처했지만 MBC는 권력으로부터 온전히 독립하지 못했다. 끊임없이 자성하겠다. 국민을 위한 방송,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방송, 그런 MBC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같은 MBC의 성찰은 우리 언론이 타산지석으로 삼아 가슴에 새겨야 할 경종이다. MBC의 자기반성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2017년 12월 12일 밤을 우리 언론 기사회생의 밤으로 삼고 싶다.

MBC는 물론 '약한 자의 힘'을 기치로 내건 〈경남도민일보〉도 앞으로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참 언론으로 성장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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