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막 손상·혈액 정체 등으로 피부 아래 '얕은정맥' 돌출
압박스타킹 다리 형태 맞게…꽉 끼는 옷, 정맥 순환 방해

유통업체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ㄱ 씨. 서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ㄱ 씨와 동료들 중에는 다리가 쉽게 피로해지고 핏줄이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 증상을 겪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하지정맥류는 왜 서서 일하는 사람에게 잘 생길까. 한마음창원병원 흉부외과 최주원 교수의 도움말로 하지정맥류에 대해 알아본다.

◇직립보행과 다리

최 교수는 "사람이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에 다리에 하지정맥류가 생긴다. 직립보행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 허리디스크와 정맥류 등이다. 다리 정맥을 흐르는 혈액은 중력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 내의 판막이 손상되어 혈액이 다리 방향으로 역류하여 발생하거나, 판막의 손상 없이 단순히 정맥에 혈액이 정체되거나, 과도하게 몰려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사람의 혈관은 심장에서 신체 각 부위로 혈액을 실어 나르는 동맥, 신체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교환하는 모세혈관, 모세혈관을 통과한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이 있다.

이 중 정맥은 피부 아래에 있는 '얕은정맥'과 근막 아래 깊숙한 곳에 있는 '깊은정맥'이 있다. 하지정맥류는 그중에서 얕은정맥이 늘어나서 피부 밖으로 돌출되어 보이는 것이다.

◇나이·성별 등 영향

하지정맥류를 발생시키는 위험 요인으로는 연령, 성별, 유전, 비만, 장시간의 직립 자세 등이 꼽힌다.

하지, 즉 다리의 정맥은 심장까지 중력 반대 방향으로 혈액을 운반하는데, 이를 위해 다리 근육은 펌프와 같은 작용을 해서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또 정맥 속에 있는 얇은 판막은 혈액 역류가 일어나지 않게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정맥 탄력이 감소해 확장하고, 정맥 내 판막도 약해지게 돼 혈액 역류가 발생할 수 있다. 그 결과 정맥 내부 압력이 올라가면 정맥이 확장돼 정맥류가 생긴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임신, 생리 전, 폐경기 호르몬 변화가 원인으로 여성호르몬이 정맥을 확장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나 유통업체 직원 등 장시간 같은 자세로 서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다리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해 정맥류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또 심부정맥 혈전증이나 관통정맥 역류 등 다른 질환으로 인해 이차적으로 정맥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최 교수는 "혈전증 등으로 깊은정맥이 막히면 자연히 얕은정맥으로 피가 몰리게 된다. 그러면 확장돼 정맥류가 생긴다. 그런데 이를 모르고 단순히 정맥류라고 문제가 생긴 얕은정맥을 없애면 피가 심장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어진다. 그러면 문제가 된다. 또 복강 내 문제가 생겨 정맥류가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아무리 다리를 치료해도 뱃속 원인이 그대로 있으면 자꾸 재발한다. 이 때문에 이차성 정맥류를 일차성과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한마음창원병원 흉부외과 최주원 교수. /이원정 기자

◇압박스타킹 착용 도움

하지정맥류 중에서는 거미모양 정맥으로 나타나는 형태가 있다. 모세혈관 확장증 또는 햇살모양 정맥염주라고도 하는데, 피부 표면 가까이 있는 얇고 가느다란 정맥이 확장돼 거미줄 모양으로 나타난다. 하지 피로감, 무거움, 국소적으로 타는 듯하고 쑤시는 느낌, 하지 불안감 등의 증상이 있다.

이와 달리 정맥 판막 부전으로 인한 혈류 역류로 나타나는 정맥류는 보다 굵은 정맥에서 발생하며, 색깔이 짙고 튀어 나오는 형태를 띤다. 미용 상의 문제와 더불어 만성적인 다리 통증과 부종, 재발하는 염증이나 연조직염, 피부 내 색소 침착, 치료에 반응 없는 피부 궤양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정맥류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로 정맥류 위치와 혈전 등을 파악한다.

치료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정맥류용 압박 스타킹 착용이다. 압박 스타킹은 단독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고, 수술이나 다른 치료 후에도 보조적 치료로 반드시 시행한다.

압박 스타킹을 착용할 때 제일 중요한 점은 자기 신체 사이즈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전문의와 상담 후 자신의 다리 굵기와 길이에 맞는 것을 신어야 한다. 정맥류 압박 스타킹은 기본적으로 발목 부분 압력을 낮으면 20~25㎜Hg, 높으면 30~35㎜Hg를 가한다. 스타킹이 올라갈수록 압력이 낮아진다. 맨 위에는 발목 부분의 40%가량만 압력이 남는다. 사이즈가 너무 작거나 헐거우면 압력 자체가 다 떨어진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3개월마다 바꿔 신어야 한다는 것. 압력이 떨어지면 쓸모가 없으므로 계속 교체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점 하나.

최 교수는 "압박 스타킹을 신어야 한다고 하면 스키니진이나 체형보정 속옷과 같이 꽉 끼이는 옷을 입으면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것은 압력을 가하는 부위가 압박 스타킹과 다르다. 스키니진은 허벅지가 제일 조인다. 위쪽이 조이니까 정맥류가 더 심해진다"고 조언했다.

하지정맥류 수술 전(왼쪽)과 수술 후 모습. /최주원 교수

◇수술 등으로 문제 혈관 제거

보다 직접적인 치료로 정맥류에 정맥을 폐쇄시킬 수 있는 주사를 주입하는 경화요법, 수술로 정맥류를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 요법, 레이저 또는 고주파를 이용한 정맥류 제거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최 교수는 "환자들 중에는 '수술이 좋아요, 레이저가 좋아요?'와 같이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묻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재발하지 않게, 금전적인 부담이 적게, 흉터가 적게, 바로 일상 복귀가 가능하게 등 환자마다 요구사항이 다르다. 환자 상태와 요구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압박 스타킹 착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제가 되는 혈관을 없애는 방법이다. 혈관을 없애도 문제가 없을까.

최 교수는 "동맥은 기본적으로 하나로 혈액을 공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동맥이 막히면 그 부위가 다 죽는다. 하지만 정맥은 깊은정맥과 얕은정맥이 있다. 둘 중 하나만 정상적으로 작동해도 큰 문제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깊은 정맥의 상태다.

최 교수는 "혈관을 없애는 정맥류 치료는 깊은정맥이 정상일 때 하는 방법이다. 아무리 정맥류가 있어도 깊은정맥이 부실하면 치료하지 않는다. 정맥 합병증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깊은정맥이 멀쩡하면 얕은정맥이 다 없어져도 혈액이 깊은정맥으로 돌아서 간다"고 설명했다.

◇걷기가 정맥류 예방에 도움

하지정맥류가 심해도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고, 가벼운 정맥류에도 불편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있다. 최 교수는 "육체노동과 같이 많이 걷는 사람은 증상이 덜한 사람이 많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사람은 증상을 심하게 느낀다. 정맥류는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체중을 감량하면 정맥에 압력을 낮춰 정맥류 예방에 도움이 되고, 꽉 끼는 옷은 정맥 순환을 방해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다리를 높이 올리면 다리 부종을 감소하고 정맥 순환을 촉진하므로 정맥류가 있거나 다리가 자주 부으면 쉬는 시간에 다리를 올리고 있거나, 자기 전에 다리를 올리고, 발목 운동을 해 종아리 근육을 움직여서 울혈된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수면 중에 다리를 올리고 자는 것은 자칫 허리 주위의 근육통을 유발할 수 있고, 편안하지 않은 자세로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기에 권하지 않는다.

최 교수는 "정맥류를 치료하는 이유는 첫째 다리 통증 등 증상 때문이고, 둘째는 미용 상의 이유이며, 셋째는 합병증이 생겼을 때이다. 합병증은 심장과 폐가 아니라 정맥류에 의한 울혈성 피부염과 같이 피부에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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