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업들 벤처 자금 모으려 '서울행'
지역 창업생태계 육성 위해 힘 합쳐야

"중국 측과 MOU를 체결하고 공급계약 직전이었죠. 각종 전시회·박람회에 시제품을 팔던 것에서 판로를 개척해 본격적인 수출을 하려니 제품을 만들 공장과 초기 운영비 확보가 절실했습니다. 그런데 창업기업(스타트 업) 지원은 이 단계에서 거의 끝났고 창업기업의 미래 가능성과 기술력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VC)은 우리 지역에 없으니 서울로 쫓아다녔죠. 그때 '지역에서는 창업하는 것도 서럽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습니다."

한 지역 창업기업 대표의 푸념이었다. 이 업체 대표 말고도 다른 여러 대표들도 창업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초기 지원보다 상용화 직전 혹은 상용화 단계에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경남에는 지역 기반 벤처 캐피털이 없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펀드 등 지난해 창업벤처 투자 규모는 328억 원으로 전국의 1.6% 수준이었다. 지역에 창업 펀드가 부족하고, 벤처 캐피털이 전혀 없으니 창업 뒤 생존 가능성이 큰 지역 창업기업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1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가 모태펀드 8600억 원을 출자해 1조 40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영할 벤처캐피털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때 올해 지방투자 펀드에는 대전(50억), 부산(15억), 울산시(30억)가 참여했고, 대구시는 지역 유한책임회사 벤처 캐피털인 '인라이트 벤처스'가 운용할 청년창업펀드에 6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는 발표도 함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경남은 없었다.

자유한국당 대표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 시절 '채무 제로' 도정이 과연 옳았느냐를 따지는 정치 공방은 삼가겠다. 하지만, 왜 경남의 창업기업들은 벤처 캐피털 자금을 끌어오고자 늘 서울까지 들락날락하는 지역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경남에는 청년창업 전초기지인 창업선도대학도 창원대 한 곳(부산 5곳, 대구경북 4곳, 강원 2곳)뿐이다. 중소기업청 전국 공모사업인 데스밸리(Death Valley·창업 뒤 5∼7년 사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시기) 기업 지원을 하는 '창업 도약 패키지',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창업아이템 발굴부터 시제품 개발, 자금 융자, 판로 개척과 수출 지원, 기업 규모 확대 지원 등 창업 전주기를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 '팁스(TIPs)' 등 지원사업도, 관련 기관도 없다. 지역 창업생태계 조성과 지원 면에서 최소한 인근 광역 시·도보다 확실히 뒤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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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경남도 등 정부기관과 광역자치단체, 경남테크노파크·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대학별 창업보육기관 등 지역혁신기관이 힘을 합쳐 제대로 된 지역 창업생태계 육성을 위한 핵심 만들기에 나설 것을 진심으로 당부 드린다.

<경남도민일보>도 생색 수준의 벤처 캐피털 조성이 아닌지 감시하고 제대로 된 지역 VC 만들기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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