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국외 유통업체 PB상품 OEM 생산
일본·싱가포르·호주 수출…주류·탄산음료 20종

창원 시민이 일본 여행을 갔다가 편의점에서 일본 브랜드 맥주를 사서 마셨는데 맛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 맥주가 일본이 아니라 창원에서 만든 맥주란 걸 알게 됐다면 그 느낌이 어떨까?

그동안 창원 시민들조차 몰랐던 맥주 이야기가 창원에 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하이트진로 마산공장은 일본, 싱가포르 등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맥주를 납품하고 있다. 그 종류만 5가지다.

하이트진로 마산공장에서는 맥주, 기타주류, 탄산음료 등 제품 20종을 생산하고 있다. 맥주는 총 12종으로 이 중 일본 라거맥주, 호주 글로브, 싱가포르 데스터 맥주를 OE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 하이트진로 마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들. /김해수 기자

OEM 제품은 제조사로부터 용기 디자인만 공급받아 마산공장에서 일반적인 맥주 제조과정과 동일하게 생산한다. 브랜드 종류에 따라 원료 사용량과 발효 공정을 미세하게 조정해 맛의 차이를 주고 있다.

OEM 제품 수출이 가능한 이유는 이들 OEM 제품이 PB(자체브랜드)상품이기 때문이다.

마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일본 '라거맥주'는 일본 유통업체인 이온그룹 PB상품이다. 일본 현지에 맥주공장이 없는 이온그룹은 PB상품 생산을 하이트진로에 맡겼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생산하다 2012년 일본과 가까운 마산공장으로 이관해 생산·수출하고 있다.

싱가포르 '데스터 라거', '데스터 100% 몰트', '데스터 스트롱'과 호주 '글로브 드레프트' 역시 맥주 생산공장이 없는 유통업체 PB상품으로 하이트진로 마산공장에서 수출하고 있다.

마산공장 관계자는 "맥주를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 국외 유통업체들이 현지에 맥주공장을 짓는 것보다 우리에게 맡기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PB상품 납품을 의뢰했다"며 "그들이 원하는 콘셉트를 제공하면 우리 연구소에서 제품을 개발해 수출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맥주를 국외에서 만들어 수입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는 점도 의뢰 기업들에는 큰 이점이다.

그는 "국외 업체들이 OEM 방식으로 공급받은 PB상품은 수입맥주로 간주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할 때보다 세금을 적게 지급해도 된다"며 "우리나라 수입맥주들이 저렴하게 판매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마산공장에서는 맥주 외에도 일본 수출용 맥주 맛 탄산음료를 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알코올이 없는 대신 당이 5%가량 함유된 국내 맥주 맛 탄산음료와 달리 일본 수출용은 알코올과 당 모두 0%다.

일본 맥주기업 산토리가 알코올과 당이 함유되지 않은 '올프리(all free)' 제품을 선보여 유행하자 일본 유통업체가 올프리 제품 개발을 요청했다.

그렇게 선보인 하이트진로표 올프리 맥주 맛 탄산음료가 인기를 끌자 일본 업계에 소문이 났고, 현재는 6개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표는 Zero Clear, ZERO ZERO ZERO, 0.ZERO SUPER, 코쿠노무기, 카인즈논알콜 0.00% 등 모두 다르지만 내용물은 동일하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마산공장 전체 매출에서 수출제품 비중은 11%가량을 차지한다"며 "현재 OEM 방식 수출국을 포함해 45개 국가에 수출을 하고 있는데 수출 제품 비중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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