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걱정 녹이는 이 벅찬 부드러움
제철 과일로 만든 디저트깊은 향·고소함 일품
커피산책로·앤티크한 실내 조화
일상에 지친 몸 포근히 감싸

창밖 저 멀리 함안 여항산이 보인다. 산봉우리를 하나하나 더듬어 보니 마치 부처가 누워 있는 것 같다. 한 해 동안 수고했노라고 말을 걸어왔다면, 조용한 카페에 마음을 내어준 걸까.

함안 '커피와 소나무'는 따듯한 커피 한잔으로 나에게, 고마운 이에게 온기를 전하고 싶은 이맘때 찾기 좋다. 한적한 마을, 낮은 산 밑에서 환한 불을 밝힌 카페는 포근히 맞아준다.

송성민(33) 주인장이 부모님과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디저트 카페로 이름나 있다. 어머니가 직접 만드는 돈가스도 유명하다.

"먼저 산책로를 둘러보세요."

커피와 소나무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와 디저트.

주인장 말대로 정취를 느끼러 문밖으로 나섰다. 12년에 걸쳐 완성됐다는 정원이 예사롭지 않다. 이름처럼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곳곳에 크고 작은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약 400㎡(약 120평) 규모 정원은 돌길로 연결되어 있다. 지역 예술가 조각품이 세워져 있고 독특한 무늬를 가진 커다란 바위도 떡하니 들어앉았다. 정원을 따라 카페 뒤편으로 만들어진 산책로는 전망 좋은 곳마다 테이블이 놓여 있다.

차를 마시러 온 손님 누구나 정원에서 오래 머물다 가고 있었다.

카페에 다시 들어섰다. 앤티크한 테이블과 의자가 그 자체로 멋스럽다. 무엇보다 창 너머로 보이는 경치가 그대로 작품이다.

"최고가 아니면 내놓지 않아요. 어설프게 하느니, 장인의 것을 선택했습니다. 누구인지는 알려줄 수 없어요. 영업기밀인 셈이죠."

주문대 앞에 서니 커피와 소나무에서 맛볼 수 있는 원두 인증서가 세워져 있다. 국내외 로스팅 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한 바리스타의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란다. 타르트 등 케이크는 부산에서 이름난 제과기능장이 만든다. 매일 아침 신선한 제철 과일을 사용해 만든 디저트를 카페로 들여온다. 지금은 오레오 타르트, 뉴욕치즈 타르트, 블루베리 타르트, 도지마롤 등을 맛볼 수 있다.

바나나쉬폰 케이크.

아메리카노와 치즈레드벨벳 타르트, 바나나 쉬폰 케이크를 주문했다.

디저트는 메뉴마다 플레이팅(접시에 음식을 배치하고 꾸미는 것)이 되어 나왔다. 초코시럽 위 치즈레드벨벳 타르트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치즈가 빵을 부드럽게 감싼다. 특유의 진한 붉은색 덕에 눈이 즐겁다. 타르트라 마지막 식감은 파이처럼 씹는 맛이 좋다.

바나나쉬폰 케이크는 은은한 바나나향이 입안에서 오랫동안 맴돈다. 케이크 가운데 담긴 크림은 달콤함을 배로 만든다. 쉬폰의 매력인 폭신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아메리카노는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 진하지 않지만 향이 깊고 고소한 커피는 부드럽게 넘어간다.

"서른 군데에서 원두 샘플을 받아보고 결정한 커피입니다. 경남에서 흔히 맛볼 수 없을 거예요."

최고만을 대접하겠다는 고집은 주인장의 자부심이다. 이는 송 씨 어머니의 철칙이기도 하다. 그녀는 제과제빵사, 바리스타 자격증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손님 앞에 내놓지 않는다. 음식 플레이팅도 오랫동안 교육받았다. 모든 디저트 메뉴마다 사용하는 접시와 장식 모두 그녀가 결정한다.

치즈레드벨벳 타르트.

"디저트 카페로 많이들 알고 있는데 식사도 됩니다. 수제 돈가스를 주문할 수 있어요. 점심, 저녁때 모두 가능하죠."

주인장 어머니가 손수 준비하는 돈가스는 오로지 국내산 재료만으로 만든다. 그래서 별다른 비법이나 노하우가 없어도 신선한 재료가 주는 본연의 맛 덕에 감칠맛이 산다.

"아쉬워요. 커피와 소나무를 제대로 느끼려면 5월에 찾아와 돈가스를 먹어야 하는데요. 지천이 야생화로 물들죠. 아니면 밤에 오셔야 했는데…. 또 비가 오면 얼마나 좋다고요."

주인장이 마른 잎만 무성한 풍경을 섭섭해했다.

하지만 사실 어느 때든 좋겠다. 당장 눈이 와도 멋지겠고 갑자기 먹구름이 껴도 운치 있겠다.

올해가 다 가기 전 잠시나마 어깨 위 자신의 짐을 내려놓으러 다시 가고 싶은 곳. 딱 여기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아메리카노 4500원 △치즈레드벨벳 타르트 6500원 △바나나 쉬폰 케이크 6500원 △수제돈가스 1만 1000원

◇위치: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1048

◇전화: 055-582-5858

경남도민일보 '경남맛집'은 취재 시 음식값을 모두 지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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