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의회가 의원 자신들이 쓸 수천만 원짜리 콘도 회원권 예산을 상임위 심의도 없이 통과시켰다. 아직 본회의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이것은 생선 지키라고 키우는 고양이가 생선을 먹어치운 것과 다름이 없다. 국회는 비서관 확대와 세비 인상을 여야가 사이좋게 통과시켜 국민을 허탈케 하더니 통영시의회는 본을 제대로 본 것이긴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고 수법 또한 치졸해서 할 말을 잊게 한다. 자고 나면 사고 식으로 온갖 추잡한 뉴스를 만들어내어 더는 놀랄 기운도 없지만 시·군 의원들의 한심한 작태의 끝이 어딜지 그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통영시의회는 누가 보아도 특혜가 분명한 회원권 예산을 상임위에서 가결하기 전, 통영시가 스탠포드 호텔 측에 시유지를 헐값에 매각하고 도남관광단지 내 숙박시설을 추가할 경우 호텔 측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하는 등의 조항을 들어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었다. 이렇게 서슬 파랗던 통영시의회가 자신들 관련 예산 심의 과정에서는 한마디도 없이 통과시켰다. 전후 관계로 보자면 일단 윽박질러 놓고 이권을 얻자는 행위와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의원들로 인해 통영시민들은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었다. 의회가 잿밥에만 정신이 빠져 있으니 통영시 또한 대량의 콘도 회원권을 확보한 것에 대해 제대로 짚을 턱이 없다. 통영시는 직원 복지 후생 차원이며 1000여 명이 사용하는 것과 의원 13명이 사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하지만 그 또한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만약 서로 짜고 나눠 가지자고 했다면 이것은 국민 혈세를 사용하는 엄중함을 내팽개친 것이며 내 돈 아니니 마음대로 해먹자는 것이다.

국민 세금을 운영하는 쪽과 잘 운영하는지 감시해야 할 의회가 소위 짝짜꿍으로 놀면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며 이보다 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없다. 기초단체들의 살림은 크고 이를 감시할 의원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가재는 게 편이 될 여지가 너무 많은 현 제도로는 이런 행태를 막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올해 유독 심했을 수도 있다. 정권이 바뀌어 좀 살만해지길 바라는 국민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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