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 용역비·공탁금·인건비·접대비 등 지출
전문지식 부족해 방만운영…무산땐 시공사 "갚아라"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재개발사업은 매몰비용이 가장 큰 문제다."

최근 정비구역 해제된 창원시 교방2재개발구역 매몰비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매몰비용은 어디에 쓰였을까. 재개발조합에 돈을 빌려준 건설사 처지에서는 손해 볼 일 없는 장사고, 전문지식이 부족한 조합은 방만했다. 이런 가운데 협력업체는 잇속을 챙겼다.

매몰비용은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시공사로부터 빌려썼다가 사업이 중단되면서 갚아야 할 돈이다.

정비사업에 드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토지 등 소유자 또는 조합원들이 추진위원회나 조합에 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추진위 단계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시공사 등에게서 돈을 빌려 쓴다. 이 과정에서 조합 임원과 대의원이 연대보증을 선다. 교방2재개발조합이 2008년부터 쓴 돈은 17억 원에 이른다. 조합은 2015년 시공사와 공사도급가계약을 하면서 돈을 빌렸다. 정비구역이 해제되면서 대의원 25명이 11억 128만 원, 임원 6명이 4억여 원을 가압류당했다.

조합이 2015년 7월부터 시공사에서 빌린 자금 내역을 보면 공탁금 5억 원, 정비업체 미지급분 500만 원, 운영비 1억 8400만 원, 정기총회 3500만 원, 용역비 8억 500만 원, 각종 협력업체 계약금 1억 9370만 원 등 17억 2500만 원이다. 시공사는 이 가운데 총회 비용, 사무실 집기비품비 등 자신들 부담분 2억여 원을 제외하고 15억 2000만 원을 임원과 대의원에게 청구했다.

조합이 쓴 운영비에서 인건비(급여·상여, 1억 7000만 원)가 가장 많다. 인건비는 2008~2009년, 2015~2017년 지급됐는데 특히 2016년에는 8480여만 원(상근임원 2명)이 지급됐다. 이외 복리후생비, 교통비, 통신비, 공과금, 인쇄비, 회의비, 접대비 등에 사용됐다. 2015년 5월에 열린 임시총회에서는 9600만 원이 쓰였다. 외주를 맡겼는데 세부내역을 보면 인건비가 6500만 원, 인쇄·대관료 등 경비 2000만 원 등이다. 외주업체는 기획비로 500만 원, 수수료로 500만 원을 받았다.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에게 프라이팬 등을 선물로 줬다.

이외 조합이 추진위 시절 정비업체로부터 빌려 쓴 돈은 1억 4000만 원이다. 대부분 임원 인건비와 사무실 경비 등으로 사용됐다. 애초 정비업체는 사업 완료 후 3.3㎡당 4만 3000원을 받기로 계약했다. 교방2구역 사업면적은 5만 3856㎡다.

다만,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돈을 빌려 정비업체에 지급하기로 했지만, 시공사가 지급하지 않았다. 모든 비용은 조합, 원칙적으로 조합원 부담이다.

정비업체는 복잡한 사업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조합 임원들 틈을 파고들기도 한다. 마산지역 한 재개발조합 전 임원은 "우리 구역은 추진위 시절부터 시공사와 정비업체가 위원 월급, 밥값 등 모든 비용을 대준다. 정비업체 컨설팅을 통해 추진위가 형성되면 시공사가 추진위에 돈을 빌려주고 정비업체로 넘어간다"며 정비업체가 조합을 좌지우지해 배를 불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보통 30~40명 남짓한 대의원을 소집해 회의를 하면 교통비 명목으로 참석 수당 현금 3만 원씩 주는데 1년에 10번만 해도 1000만 원은 그냥 날아간다"며 "다른 구역도 대부분 똑같을 것"이라며 방만한 조합 운영방식도 꼬집었다.

또 다른 조합 한 이사는 "솔직한 말로 재개발사업 시작할 때는 잘 몰랐다. 행정업무를 도와준 정비업체도 모든 경우의 수를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조합에 무슨 돈이 있나, 2008년 그나마 경기가 좋았을 때는 재개발사업이 잘될 줄 알고 도장을 찍어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금과 관련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시공사는 절대 '을'이 아니다"라며 "매몰비용 책임이 시공사에 있다면 느긋하게 추진하겠느냐? 시공사는 청구하면 되니까, 부동산 경기가 나쁠 땐 사업이 늦어지더라도 가만히 지켜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조합원에게 매몰비용에 대해서 안내·설명회를 충분히 했다"며 "조합이 사업을 포기했고, 빌려준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가압류를 당한 교방2구역 임원과 대의원들은 창원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창원시는 구암1구역(매몰비용 27억 5500만 원) 사례처럼 시공사에 공문을 보냈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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