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한국지엠 창원공장 해고갈등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에도 하청 '정규직 전환'불이행
전면 파업에 '인소싱'합의 노조 간 대립 속 책임 회피

고용노동부가 11일부터 4주간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한 수시 근로감독을 진행한다.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불법 파견, 부당노동행위 등에 관해 사업장 근로감독을 수차례 요구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4일부터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진행 중이다. 파업으로 공장 생산에 차질을 빚자, 지난 8일 정규직 노조와 한국지엠은 인소싱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던 일을 정규직 노동자가 대신하는 것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핵심은 불법파견과 정규직 전환 문제다.

◇대법원 판결에도 정규직 전환 안 돼 = 창원공장 비정규직 고용 문제 핵심은 '불법 파견'이다. 지난 2005년,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용노동부가 그해 4월 한국지엠 창원공장 6개 업체 843명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인정했고, 2006년 3월 데이비드 닉 라일리 사장과 6개 하청업체 사장을 파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2013년 2월 대법원은 한국지엠 사장에게 벌금 700만 원을 확정했다. 불법 파견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 후속조치는 없었다. 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3년 6월 정규직으로 인정해달라는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3년 만인 2016년 6월 창원공장 하청 노동자 5명이 원청 지시를 받고 일했기에 불법 파견임을 인정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한국지엠 창원공장 앞에서 비정규직 우선 해고 중단하고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대법원이 형사·민사소송에서 모두 하청 노동자들이 불법 파견임을 인정했지만, 정규직 전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두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사실상 한국지엠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은 모두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요구는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요구이다. 그럼에도, 한국지엠은 비정규직들 목소리를 묵살하고, 이들을 아예 공장 밖으로 내쫓고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5명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후 부평·군산·창원공장 하청 노동자 88명, 창원공장 하청 노동자 140여 명이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잇달아 냈다. 내년 2월에 2차 소송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정규직노조와 사측 '인소싱' 합의 =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0월 중순부터 단기계약직, 장기계약직 699명 총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벌이다, 지난 4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86명이 해고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1개 하청업체가 폐업으로 노동자 38명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했고, 2개 하청업체가 원청과 공정 계약해지로 48명에게 대기발령을 했다.

지난 8일 한국지엠 창원공장과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는 계약이 해지된 차체부 인스톨직과 엔진부 T3·T4 2개 공정에 대한 인소싱에 합의했다. 이번 인소싱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 온 공정을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체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없어지게 된다.

비정규직지회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인소싱은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노조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번 정규직과 노사합의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와 한국지엠지부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총고용보장 원칙을 뒤집는 반노동자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측이 노조 활동을 억압하고, 노노 갈등을 유발하는 인소싱을 유도해왔다고 주장했다. 폐업하는 하청업체와 인소싱 공정에 노조원이 상당수(60명)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지회는 "정규직 동지들에게 호소한다. 인소싱 노사합의를 철회해 달라. 2015년 군산공장에서도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대량해고와 1교대 전환을 맞바꾼 노사합의를 했다. 하지만 군산공장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한 달 4일 일하는 불 꺼진 공장이 됐다"며 호소했다.

정규직노조인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는 비정규직지회 159명이 창원공장을 멈추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확장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창원지회 관계자는 "2013년경 한 해 26만 대를 생산하던 군산 공장이 수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해 내년에 1만 6000대가량 생산한다. 창원공장은 파업 등으로 우즈베키스탄 수출 납기일을 못 맞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차세대 경차를 창원에 배정받지 못하면 군산처럼 될 수 있다. 공정을 멈출 수 없다. 그동안 비정규직지회 측과 9차례나 만나 이야기를 했지만, 비정규직 699명 총고용 보장만 관철하려고 해서 사측과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