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기획행정위 '21억 증액' 수용…시민단체 "한국당 정치쇼 그만둬야"

내년도 도내 동(洞) 지역 중학교까지 무상급식 확대에 따른 식품비 분담 비율이 경남도의회가 주장해온 안대로 확정될 전망이다.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이 지난 5일 기획행정위가 예비 심사 때 도청 무상급식 예산 21억 원을 증액 편성한 점을 존중하고, 추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 결과대로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경남도와 도교육청, 도의회는 내년도 무상급식을 동 지역 중학교까지 확대하기로 뜻을 모은 상태다.

다만 도와 도교육청은 식품비 분담 비율을 도교육청 40%, 도청 20%, 시·군 40%로 합의했다. 반면 도의회는 교육청 50%, 도청 10%, 시·군 40%인 현 분담 비율을 유지하되 내년도 중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 시행에 드는 비용 전액을 도청과 시·군이 6 대 4 비율로 부담하는 게 현명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가 11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경남도청과 경남교육청의 무상급식 합의안에 따른 예산 분배안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그럼에도 도청과 도교육청은 4 대 2 대 4를 기준으로 한 예산안을 마련해 도의회에 넘겼다. 그러나 도의회 기획행정위는 내년도 예산안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도청 기획조정실 교육지원담당관 몫으로 책정된 학교급식비 예산 21억 원을 증액 편성한 수정안을 심의·의결해 예결특위로 보냈다.

이 21억 원은 도와 교육청이 합의한 안을 도의회 제안 내용으로 되돌리는 목적으로 증액 편성됐다. 도와 도교육청 간 합의대로라면 내년도 예산에 도교육청이 부담할 예산액이 올해보다 21억 원, 도가 부담해야 할 예산이 146억 늘어나게 된다. 도의회 안대로면 내년에 동 지역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데 도교육청이 부담할 예산은 없다.

기획행정위가 도 예산 21억 원 증액 편성 결정을 내린 것은 도교육청이 추가 부담해야 할 예산 21억 원을 감액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에 11일 열린 도의회 도청 소관 예결특위 종합 심사에서 이규상 기획행정 겸 예결위원장은 한 대행에게 "상임위원회가 예산 편성권이 없음에도 도청 예산 21억 원을 증액했다"면서 "이는 현행 도교육청 50%, 도청 10%, 시·군 40%를 유지하되 내년도 동 지역 중학교까지 무상급식 확대에 드는 비용 전액을 도청과 시·군이 6 대 4 비율로 부담하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이 자리에서 한 대행께서 소신 있게 기획행정위가 의결한 안대로 예산을 편성해 줄 것이라 보는데 믿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한 대행은 이에 "무상급식 식품비와 관련해 기획행정위에서 (도청 예산 21억 원 증액이라는) 나름대로 고뇌에 찬 결정을 한 상황이라고 본다"면서 "그에 따라서 예결위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란다"고 말해 기획행정위 증액 예산 수용 의사를 밝혔다. 예산은 전체 총액이 같아야 해 도청 부담분 21억 원을 증액하려면 도교육청 세입 예산을 다시 21억 원 늘어난 만큼 조정한 '수정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한 대행이 예결위 결정대로 따르겠다고 한 만큼 종합 심사 결과가 나온 13일 이후에 도가 내년도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따른 식품비 분담 비율 조정 관련 수정예산안을 제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도교육청 소관 예결위 과정에서 도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11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도의원들을 향해 "내년 중학교 동(洞) 지역 확대에 필요한 무상급식 식품비 분담 비율 이원화는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홍 전 지사와 한국당 도의원들이 일으킨 파행으로 무상급식 논란이 아직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있다"며 "그럼에도 한국당 도의원들은 아직 자신들 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도와 도교육청을 압박하고 있어 참 어이가 없다"고 짚었다. "전임 홍준표 지사 시절 도민 목소리는 뒤로한 채 오로지 홍 전 지사 독단과 독선 행정을 지지하고 거수기 역할에 적극적인 도의회였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경남운동본부는 "이런 지난 사정 속에 도의회가 5 대 1 대 4, 0 대 6 대 4 비율을 주장하는 건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얄팍한 눈속임이자 정치적 쇼"라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분담률로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는 도교육청 부담을 높여 고교까지 무상급식 확대 등 더 큰 논의를 어렵게 하는 도의회는 경남 무상급식 발전에 딴죽을 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복잡하고 이원화된 분담 비율 제안으로 경남 무상급식 발전을 막지 말고 어렵게 합의한 도와 도교육청 양 기관 간 합의안을 진정성 있게 적극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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