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해요 날씨가 쌀쌀하니까
새빨간 얼굴 마주했던, 오래된 정 나누던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노포에서

"그럼,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 나눌까요?" "그래요. 커피숍에서 봐요."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이 드문 요즘이다. 초연결사회에 사는 우리는 새로운 대화의 장에 익숙하다. 간단한 대화는 휴대전화로 해결하고, 꼭 만나야 한다면 그 장소는 열에 아홉 커피숍이다. 노포(老鋪)는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불콰한 얼굴로 우정과 사랑을 선언하는 낙서를 남기고, 처음 보는 사람과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던 오래된 술집 말이다. 이영자 시인이 운영했던 성광집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를 공간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노포가 그립다면 더 늦기 전에 오늘은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오늘, 술 한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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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초집 (마산합포구 오동서1길 16)

1971년 북마산 문창교회 옆 '음악의 집'이 전신. 별다른 안주는 없다. 문을 여는 시간과 문을 닫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팔순이 넘은 조남융 씨와 칠순이 넘은 엄학자 씨가 운영하는 만초가 그럼에도 특별한 까닭은 '추억'이다. 노포 한쪽 벽은 만초를 찾은 이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고 이선관 시인 등 원로부터 젊은 미술가까지, 그 얼굴이 익숙하다.

▲ 만초집.

(3) 미나미(마산합포구 오동북19길 15)

미나미가 원래 자리에서 100m가량 떨어진 장소에 새 둥지를 틀었다. 자리를 옮겨도 맛은 그대로. 웬만한 신식 일본식 선술집은 미나미 앞에서 고개를 들기 어렵다. 채소·다시마 등으로 국물을 낸 어묵탕이 일품. 개조개를 다져 넣은 유곽은 별미 중의 별미. 주인장 이영명 씨가 추천하는 일본식 청주도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

▲ 미나미.

(7) 해거름(마산합포구 창동거리길 51-8)

낡은 간판에 불이 켜지면 동시에 음악이 흐른다. 고 정의교 씨 뒤를 이어 고굉무 씨가 지킴이로 있는 해거름은 음악을 들으며 '혼술하기' 가장 좋은 공간. 예닐곱이 앉는 바는 대체로 단골들이 찾는 자리. 듣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조용히 종이에 곡목을 적어 고 씨에게 건네면 된다.

▲ 해거름.
▲ 해거름.

(8) 홍화집(마산합포구 동서북9길 8-17)

최경주(71) 씨가 운영하는 홍화는 수많은 예인이 드나든 공간이다. 특히 연극인이 사랑했다는 식당이자 통술집. 지금까지 지역 예술인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추억의 이름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려면 만초와 더불어 홍화만 한 곳이 없다.

▲ 홍화집.
▲ 홍화집.

(11) 고가네(마산합포구 동서북11길 2) 

고종현(77) 씨가 18년간 '실비'라는 개념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곳. 말 그대로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술과 안주를 맛볼 수 있다. 메뉴 대표격인 '고등어 구이' 고갈비를 포함해 어묵탕, 계란말이, 조기 매운탕 등 대부분 1만 원을 넘지 않는다. 철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나물과 밑반찬 또한 넉넉한 인심을 대변한다.

▲ 고가네.
▲ 고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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