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대치만큼 성과가 나지 않을 때, 혹은 아이들에게 격려를 할 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당연히 가시적인 결과보다 열정과 성심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서는 용기 등의 과정은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교직원에게 더욱 소중한 가치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실제로도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가를 되짚어보면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무한경쟁을 통한 높은 성과, 그에 따르는 인센티브, 남보다 더 빛나는 스펙이 미덕인 요즘 사회에서 '과정의 가치'에 대해 운운하는 것부터 시대착오적인 발상일지도 모른다.

2015년과 2016년 경남교육청의 청렴도는 각각 11위, 12위였고, 무엇보다 내부청렴도 측정 결과는 '과연 우리의 교육정책에 대해 도민들에게 신뢰를 보내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청렴도 평가 결과가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반비례할 때 가장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성과 지상주의적 보상과 하향식(Top-Down)의 지시일 것이다. 좋은 결과를 빨리 내는 방법에 대한 유혹은 기관을 대표하는 책임자일수록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으며, 이때가 리더의 확고한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2017년 경남교육청의 청렴도 결과가 주는 남다른 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청렴도가 수직 상승하고 내부청렴도가 전국 유일의 1등급이라는 수치적인 결과보다 청렴도 결과와 성과에 조급해하지 않고, '우리 함께'라는 철학을 견지하며, 소통과 공감으로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으는 지난한 과정의 열매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혼자 걸으면 빨리 갈 수 있다. 하지만, 멀리 가려면 여럿이 함께 가야 한다. 배움과 가르침이 어느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듯, 청렴한 문화를 만드는 것 또한 마술처럼 순식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낮은 결과에 따른 비난을 감내할 수 있는 마음, 느리지만 바르게 가겠다는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박용한.jpg

경남교육청의 올해 청렴도 평가 결과는 교육가족이 안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밖으로는 도민의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 결과라고 생각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