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는 말들이 있다. 건방지다. 눈치가 없다. 싸가지가 없다. 까불다. 깐죽대다. 깝죽대다. 뻔질거리다. 껄렁대다. 되바라지다. 돼먹지 않다. 시건방 떨다. 튀다. 버르장머리 없다. 괘씸하다. 삐딱하다. 기어오르다. 맞먹다. 같잖다. 개념 없다. 나대다. 설치다.

김찬호는 〈모멸감,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에서 한국사회를 슬프게 분석한다. 경남도민일보가 찾아가야 할 현장이다.

경남도민일보가 있는 경상남도 도청·구청·주민센터·법원·검찰청·경찰청·언론사·공기업·사기업·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음식점·공중목욕탕에서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다. 사회적 악순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쏟아 내는 모멸은 '정서적 원자폭탄'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여성 살인사건은 약 200건이 발생한다. 그중 120여 건이 남편과 애인이 범죄자다. 원인은 하나다. '무시당한 것'. 살인은 '자부심·존엄·자존감'이 부른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오만과 모멸구조'(김우창, 〈정치와 삶의 세계〉)로 되어 있다.

우리 사회는 모든 것에 '격'을 매긴다. 학력 서열화, 재력 서열화, 지위 서열화, 외모 서열화다. 서열의식, 귀천 관념, 짓밟으면서 쾌감을 느낀다. 사회적 약자들은 수치심, 열등감, 자기혐오, 분노, 두려움, 외로움, 슬픔으로 억눌려 산다. 영혼이 파괴되고, 자살 유혹을 느끼며, 공격인간이 범죄로 나아간다. 이들을 취재하는 것이 경남도민일보 임무다.

지난 8일 자 〈경남도민일보〉가 지령 '5000호'였다. 그동안 지역사회 사회 문제를 주로 다루었다. 사회·경제·정치·문화 현장에서 인간 이하 취급, 비하, 차별, 조롱, 무시, 침해, 불쌍한 대상으로 못 박는 동정, 문화 코드 왜곡으로 고통받는 약한 사람들을 소개해 왔다.

노사갈등과 대립 현장에서, 폭력현장에서, 가족해체현장에서 약한 사람들의 사연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경남의 노인, 주부, 학생, 청소년, 우울증, 자살, 범죄를 매일 보도했다. 약한 사람들을 위해 매일 밤 '촛불 펜대'를 들었다. 신문사의 로고처럼 말이다.

신문 제5000호란 '경남 새로운 저수지'를 의미한다. 신문사 사시처럼, 약자에게 생명수를 주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마음의 정원을 키워주는 신문!', '사회적 약자에게 가정의 정원을 만들어 주는 신문!', '사회적 약자들에게 존중과 자존의 문화를 돌려주는 신문!' 이것이 독자가 원하는 신문지면이다.

이런 기사 내용이다. 그 아주머니는 왜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을 찾아다니는가? 왜 정성을 다하여 보살피고 있는가? 지역사회는 그 사람에게 왜 사회적 죽음을 선고했는가? 불행으로 가득 찬 그 외로운 방에, 어떻게 행복이 찾아왔는가? 늑대들, 비열함, 열악한 환경, 조롱, 경멸, 환경파괴에 대한 분석과 대안이다. 그 사건 이후 어떻게 공정해졌는가? 평등한 공동체로 발전했는가? 경남에서 좋은 삶이 어떤 것인가? 독자들이 원하는 아침 신문이다. 뜸이 잘 들어야 한다. 멋진 시각으로 독자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신문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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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안 없는 분노보다, 대안 있는 미숙함이 낫다고 본다. 경남도민일보에 바라는 독자 마음이다. 더 열심히 뛴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지식정보와 사람 사이 연결망을 넓혀야 한다. 구성원 자질도 향상되어야 한다.

사랑, 배려, 존경, 지혜, 열정. 이것이 좋은 신문을 만든다. "화폐로 사회를 저울질하는 존재를 우습게 생각한다. 품위 있는 신문이다." 사장님과 임직원에게 드리는 말씀이다.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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