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늘고 소비 위축돼 1년 새 도매가 30% 하락
자율감축 등 자구 노력…정부·농협에 대책 마련 호소

경남에서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청양고추 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락하면서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시설하우스 청양고추는 12∼1월이 연중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는 시기인데도 올해는 가격이 떨어지는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KAMIS 농수산물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8일 청양고추 도매가격(상품·10㎏)은 3만 400원으로, 일주일전에 비해 1000원이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30%(1만 3400원) 떨어졌고, 평년가격(5만 6577원)보다는 무려 45% 하락했다.

청양고추 가격은 2014년까지는 8만 원대를 유지했으며 2014년 3월에는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10만 원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2014년에 비하면 현재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더욱이 가격 폭락으로 대량 폐기 사태를 빚었던 지난 3월 2만 6000~3만 원이었던 가격에 가까워지고 있어 농민들의 걱정이 더 깊어지고 있다. 당시 진주와 밀양·창원 등 청양고추 주산지 농협들은 가격이 폭락하자 총 140t의 청양고추를 폐기하면서 자구책을 구했고, 정부기금에서 ㎏당 1209원의 폐기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당시 진주시농민회와 진주시여성농민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추 시설하우스를 트랙터로 갈아 엎기도 했다.

문제는 청양고추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진주 금산농협 관계자는 "지금도 이미 손익분기점(5만 원 정도) 아래인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서울의 도매상은 재고가 있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청양고추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재배면적이 늘었기 때문이다. 몇 년간 시세가 높게 형성되자 다른 작물을 재배하던 농가들과 귀농인들이 청양고추를 많이 심으면서 재배면적은 30% 정도 늘었다.

여기에다 청양고추는 음식점 등 식당소비가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올해 국내외 경기침체와 '김영란법'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돼 가격하락을 부추겼다. 농민들은 "시설하우스 농가는 12월부터 2월까지 벌어서 난방비와 영농자재값 등을 상환하는데 올해는 이맘때 가격이 떨어져 큰일"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어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지난해 청양고추 가격 하락으로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는 농민이 제법 됐는데, 그 때문에 다른 작물의 가격까지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가격하락이 청양고추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기 때문에 정부와 농협 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남농협(본부장 이구환)은 지난 7일 밀양무안농협에서 경남도와 관내 청양고추 주 생산 4개 시·군 관계자 및 청양고추 생산농협과 농가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남 청양고추 주산지협의회 5차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청양고추가격 안정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청양고추 생산농가 자율감축 노력 △농협 등 생산자단체의 수급안정 대책 추진 △경남도 등 관련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주산지 각 시군 재배단지 실천내용으로 △자율감축 현수막 게시 △생산농가 안내문 및 문자 발송 △각 마을별 안내방송 등을 논의했으며, 행정과 농협 등의 생산자 단체가 적극 협력기로 했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 3월에는 농민들이 자체 폐기를 하면 정부 등에서 비용을 보전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없다. 만약 일부라도 폐기하지 않고 출하를 계속한다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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