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1재개발 마지막 철거 암환자 부녀 생계 막막

영하권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던 8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1재개발구역에서 마지막 남은 현금청산자 집이 강제 철거됐다.

오전 10시로 예고됐던 강제 철거는 약 30분 일찍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 50분께 강제 철거가 진행 중인 집에서는 집주인 유정선 씨와 딸 이정언 씨가 법원에서 나온 집행관 등을 향해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목요일(7일)이 아버지(75) 생신이었다. 아버지는 뇌 병변 장애 2급에, 지난 9월 암 판정을 받은 환자다. 내년에 다시 생일을 맞을 수 없을지도 몰라 30년을 넘게 산 이 집에서 미역국을 드시게 하고 싶었다. 목요일까지만 있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오전 11시 45분에 전기를 끊고, 2분 뒤에는 도시가스 공급을 끊겠다는 전화가 왔다. 이 추운 겨울에 암환자가 있는 집에 전기를 끊는다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똑같다. 그리고 오후 2시쯤 철거업체 직원이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문을 부쉈다.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경찰은 조합을 고소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그날 밤 심한 경련을 일으켜 병원으로 옮겼다. 우리는 재개발 동의를 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쫓겨나야 하나." 유 씨와 이 씨는 억울하다고 했다. 30년이 넘은 집이었다. 1층에 상가 2곳과 방을 임대해 70대 노부부가 한 달에 110만 원 월세를 받고 살았다. 15년 전 '평생 살 집'으로 여겨 리모델링을 했다. 시세로는 약 6억 원대. 조합 측에서 받는 보상은 3억 9000여만 원이다. 20년 가까이 이 건물 1층에서 장사한 상인들도 약 6개월 전 다른 곳으로 옮겼다.

▲ 8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1재개발구역 마지막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유 씨와 이 씨는 암환자 아버지를 받아주는 집주인이 드물다고 했다. 이 씨는 "아파트 전세를 3곳 계약했다가 기저귀를 착용하는 암환자 아버지는 안 된다며 모두 계약해지를 당했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짐은 유 씨와 이 씨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쉴 틈 없이 옮겨졌다. 현장에는 만약을 대비한 사설구급차 1대도 배치됐다. 철거 현장에는 법원에서 계약한 노동자 10명과 조합 측 경비업체 12명이 나왔다. 검은 옷을 차려입은 경비업체 직원들은 철거 현장에 일렬로 늘어서 상황을 주시했다.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조합장은 경비업체 직원에 대해 "법 집행 중 혹시나 몸싸움이 나지 않을까 우려해 투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픈 아버지를 담보로 돈을 요구한 아주 악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씨는 "우리가 언제 돈을 더 달라고 했나. 갈 데 가더라도 도의적으로 기간을 좀 늘려달라고 했지"라고 말했다.

약 1시간 만에 집안 철거가 끝났다. 수십 명이 어지럽게 서 있던 현장은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조용해졌다.

회원1구역재개발조합은 446가구가 모두 떠났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롯데캐슬 프리미어 아파트 999가구가 들어선다.

조합장은 조합원 366명 중 94%가 분양받았고, 나머지 6%는 분양을 거부하고 현금청산했다고 전했다.

<알려왔습니다>

△11일 자 5면 '아버지 생신 미역국마저 앗아갔다' 제하 기사에서 8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1재개발구역에서 마지막 남은 현금청산자 집이 강제 철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김부영 회원1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은 "강제 철거가 아니라 자진 이주다. 11월 30일까지 모두 3차례 집행을 연기했고, 12월 1일에도 한 차례 중단했었다. 당사자는 끝까지 보상금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범죄예방을 위해 전기·수도·가스를 끊고, 내부 철거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당사자가 큰 짐을 뺀 상황이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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