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 겉옷 규제 등 폐지 촉구 "신체 자유 보장받아야"

"교복 위에 겉옷을 입을 수 있게 해달라"며 청소년들이 차디찬 길바닥에 피켓을 들고 앉았다.

청소년 운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는 9일 경남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토요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들은 △겉옷규제 폐지, 따뜻할 권리 쟁취 △실질적인 학교 안 체벌 퇴출 △두발 자유 쟁취, 신체의 자유 보장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자유발언 시간에 김해 한 여고에 다니는 학생은 "지금은 퇴직한 남자 선생님은 '여자는 30살이 넘으면 꺾인다', '가슴이 예쁘다'는 발언을 수시로 했다"며 "'배움이 즐거운 학교, 함께 가꾸는 경남교육'이라는 경남도교육청 표어 아래 앉아 이런 이야기를 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특성화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남학생은 "현장 실습을 나간 3학년 선배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담임에게 말해도 '그냥 다녀라'는 말을 들어야 했고, 허리를 다쳐 치료 후 학교에 돌아오자마자 '일주일 안에 직장 찾아 다시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벌점 15점이 되면 학생 징계위원회가 열린다는 이 학교는 3학년은 현장 실습이나 취업을 거부하면 징계위원회가 열린다고 덧붙였다.

9일 경남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열린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원회 토요 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제주 현장실습 사고 사망 학생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두꺼운 겉옷을 입은 교사가 학내 청소년들에게는 가혹한 복장규제를 하는 학교 현장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는 학생이 겉옷을 입을 수 있는 날을 제한하고 교복 재킷 위에 입지 않으면 겉옷을 압수하는 학교가 대다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어떤 학교는 감기 등 질병 확인서를 제출해야 겉옷을 입게 허용해준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하지만 청소년들은 몸에 대한 결정권은 고사하고 지금 당장 무엇을 입을지부터 허락을 맡아야 한다"며 청소년에게도 따뜻할 권리, 자신의 마음대로 옷을 입을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남청소년행동준비위는 청소년 두발 규제 폐지를 요구하며 '투블록 삭발식'을 진행했다. 안쪽 머리는 삭발한 것처럼 짧게 하고 윗머리로 덮는 인기 남자헤어스타일이지만 이를 금지한 학교가 많아 저항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단지 교사들이 보기에 "정신 사납다", "학생답지 않다"는 이유로 신체의 자유마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대 행사로 청소년들이 들은 혐오 표현을 모아 전시하고 파쇄하는 '청소년으로서 들은 빻은 말 쓰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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