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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동의 한 적도 없는데 왜 우리가 쫓겨나야 하나"

창원 회원1재개발구역 마지막 집 '강제 철거'
집주인, 암환자 아버지와 거리로 내몰려 '울분'

김희곤 기자 hgon@idomin.com 입력 : 2017-12-10 16:34:28 일     노출 : 2017-12-10 17:02:00 일

영하권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던 8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1재개발구역에서 마지막 남은 현금청산자 집이 강제 철거됐다.

오전 10시로 예고됐던 강제 철거는 약 30분 일찍 시작됐다. 이날 오전 9시 50분께 강제 철거가 진행 중인 집에서는 집주인 유정선 씨와 딸 이정언 씨가 법원에서 나온 집행관 등을 향해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목요일(7일)이 아버지(75) 생신이었다. 아버지는 뇌 병변 장애 2급에, 지난 9월 암 판정을 받은 환자다. 내년에 다시 생일을 맞을 수 없을지도 몰라 30년을 넘게 산 이 집에서 미역국을 드시게 하고 싶었다. 목요일까지만 있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오전 11시 45분에 전기를 끊고, 2분 뒤에는 도시가스 공급을 끊겠다는 전화가 왔다. 이 추운 겨울에 암환자가 있는 집에 전기를 끊는다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똑같다. 그리고 오후 2시쯤 철거업체 직원이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문을 부쉈다.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경찰은 조합을 고소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그날 밤 심한 경련을 일으켜 병원으로 옮겼다. 우리는 재개발 동의를 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쫓겨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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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철거업체 직원이 찾아와 문을 흔들고 망치려 때려 부쉈다고 회원1재개발구역 주민이 주장하는 사진. /이정언 씨

유 씨와 이 씨는 억울하다고 했다. 30년이 넘은 집이었다. 1층에 상가 2곳과 방을 임대해 70대 노부부가 한 달에 110만 원 월세를 받고 살았다. 15년 전 '평생 살 집'으로 여겨 리모델링을 했다. 시세로는 약 6억 원대. 조합 측에서 받는 보상은 3억 9000여만 원이다. 20년 가까이 이 건물 1층에서 장사한 상인들도 약 6개월 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유 씨와 이 씨는 암환자 아버지를 받아주는 집주인이 드물다고 했다. 이 씨는 "아파트 전세를 3곳 계약했다가 기저귀를 착용하는 암환자 아버지는 안 된다며 모두 계약해지를 당했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짐은 유 씨와 이 씨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쉴 틈 없이 옮겨졌다. 현장에는 만약을 대비한 사설구급차 1대도 배치됐다. 철거 현장에는 법원에서 계약한 노동자 10명과 조합 측 경비업체 12명이 나왔다. 검은 옷을 차려입은 경비업체 직원들은 철거 현장에 일렬로 늘어서 상황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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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전 10시부터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1재개발구역에 대한 마지막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조합사무실에서 만난 조합장은 경비업체 직원에 대해 "법 집행 중 혹시나 몸싸움이 나지 않을까 우려해 투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픈 아버지를 담보로 돈을 요구한 아주 악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씨는 "우리가 언제 돈을 더 달라고 했나. 갈 데 가더라도 도의적으로 기간을 좀 늘여달라고 했지"라고 말했다.

약 1시간 만에 집안 철거가 끝났다. 집행관, 철거 노동자, 경비업체, 경찰, 인근 주민등 수십 명이 어지럽게 서 있던 현장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해졌다.

회원1구역재개발조합은 446가구가 모두 떠났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롯데캐슬 프리미어 아파트 999가구가 들어선다. 조합장은 조합원 366명 중 94%가 분양했고, 나머지 6%는 분양을 거부하고 현금청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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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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