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수행은 몸과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고 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찾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불교수행에서는 선정(禪定)과 지혜(智慧)를 닦아야 한다. 선정을 통하여 마음이 고요하고 적적해지면 그 속에서 지혜가 나타나고 또 지혜가 작용하는 그 마음을 비추어 보면 고요하고 적적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선정, 즉 삼매는 체험했지만 지혜가 드러나지 않아 번뇌를 소멸할 수 없거나 지혜는 작용하는 것 같은데 마음을 적적한 상태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이는 제대로 된 수행이라 할 수 없다.

다음과 같은 글을 수행의 문으로 삼아 내 마음의 명구로 벗 삼으면 크게 이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악한 말(惡談)도 선지식'에 비유하면 이 또한 공덕이 된다고 했다 관악언(觀惡言)이면 시공덕(是功德)이라 했다. 즉 '악한 말을 잘 살펴보라 이것 또한 공덕이다'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차즉성오선지식(此則成吾善知識)이라 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본의, 즉 자기의 뜻과는 관계없이 온갖 비난과 악한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사실은 누구에게나 흔히 있는 일이지만<증도가>의 저자 영가(永嘉·665~713) 스님은 그런 비난을 듣는 일이 매우 심했던 것 같다. 본래 천태학을 깊이 연구하여 천태학 계통에서는 장래에 대표자의 위치에 오를 촉망받는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육조 혜능 스님을 만나서 자신의 깨달음을 인가받고 선종의 큰 인물이 되었다. 천태종 계통에서는 영가 스님을 몹시 비난하였던 것이다. 비난을 받는 문제는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달렸다. 영가 스님은 그 악담들이 곧 공덕이라 하였다. 악담을 잘 수용하고 소화하면 공덕이 크게 생긴다. 좋은 일을 하여 쌓는 공덕보다 악담을 잘 수용하여 생기는 공덕이 더 크다. 나아가서 악담을 듣는 일과 악담을 하는 사람들이 곧 나의 선지식이다. 나를 깨우치고 성장으로 이끄는 견인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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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교에서도 '나를 선하다고 하는 사람은 나의 적이요, 나를 악하다고 하는 사람은 곧 나의 스승이다'라는 말이 있다. 실로 나를 나쁘다고 하는 사람들과 나에게 들려오는 나쁜 말은 나를 가르치고 수행을 높이 쌓게 하는 좋은 도반이자 선지식이다. 그러므로 나를 시기 질투하고 모함하고 비난하는 사람들과 그 말을 용납하지 못하면 끝내 덕을 쌓을 수 없고 수행이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분들이다. 그들이 하는 말이야말로 가장 좋은 법문이며 큰 가르침이다. 반드시 이 훌륭한 선지식과 은혜로운 사람들을 마음으로 따뜻하게 감싸고 존경해야 할 것이다. 신여수청주(信如水淸珠) 즉, 믿음이란 물을 맑게 하는 구슬과 같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믿음처럼 소중한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믿음은 대지와 같고 지팡이와 같으며 큰 배와도 같다고 했다. 대지에서 모든 식물이 자라고 사람은 대지위에 건물을 세우고 삶을 영위한다. 이같이 인생을 보다 의미 있고 보람되게 살다 가려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이는 바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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