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다발적으로 발사할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긴박한 뉴스다. 여기에다 핵탄두 소형화에 대한 우려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미국까지도 긴장시키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하와이에 이어 일본 도쿄에서도 매월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주민대피 훈련을 한다고 야단이다. 이런 마당에 우리는 너무 무감각한 건 아닌지 걱정이다.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보았듯이 북한에도 많은 핵물리학자가 동원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원폭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펜하이머(Oppenheimer) 박사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가 원폭 투하에 따른 무서운 참상을 미리 알고, 만일 일본이 항복을 거부하면 이 핵폭탄의 엄청난 위력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데모(DEMO) 실험을 먼저 하라고 요구하는 탄원서를 낸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이런 주장은 정치권력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되고 말았다.

자신들의 연구 성과조차 관리할 수 없게 된 과학자들,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먼저, 사전적으로 보면, 과학자는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를 더욱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무라카미 요우이치로(村上陽一郞)는 1994년에 쓴 〈과학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과학자는 대단히 기묘한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의사나 기술자라는 직업은 사회에 대해서 구체적인 가치를 제공하며, 그들이 가진 의술이나 기술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시민들로부터 받는 반면, 과학자라는 직업은 이들과는 크게 다르다'고 한 것이다.

과학자는 이제껏 아무도 본적이 없는 것을 보려 하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 그의 본업이다. '논문을 써라,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다(publish or perish)'라는 말처럼 과학자는 자신이 찾은, 자신만이 아는 지식을 '논문'이라는 이름으로 소통한다. 좋은 연구 성과를 유명한 과학 잡지에 게재하여 다른 과학자들로부터 검증받고 인정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 그것이 안 되면 스트레스를 무척 많이 받는 직업이다. 그렇지만, 과학자가 창조한 '지식' 그 자체는 일반대중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인기 상품이 아니다. 그것이 가공되어 제품화되기 전까지는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무라카미는 과학자의 산출물을 사회적으로 가치 중립이라고 했다. 그런데 과학자의 연구 성과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전쟁무기로 변용되는 경우는 다반사다. 그런 점에서 전 세계의 모든 과학자는 평화에 대한 책임이 있다. 또,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가 오용될 위험성에 대해서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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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 敏英) 교수는 〈타락한 권력과 무책임한 과학이 만났을 때,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라는 책에서 "과학자는 과학자로서 학문을 사랑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인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 그의 스승 사카타(坂田 昌一)의 말을 소개하면서 "과학자이기 이전에 먼저 시민이 되자"고 주장한다. '북한 핵을 둘러싼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외신의 불편한 전망이 나오는 요즘, 북한과 전 세계의 모든 과학자는 물론 정치가들도 이들의 말에 귀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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