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이대로 괜찮나] (3) 정치 다양성 보장하려면
1~2개 거대정당 광역·기초의회 '장악'현실…기득권 쏠림 심화
시민단체, 선거구 획정위 논의 공개·유권자 참여 공청회도 촉구

"선거제도 개혁이 정치개혁이다."

경남 시민사회단체와 5개 야당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도 개혁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달 29일 5개 야당 기자회견에 이어 6일에는 경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정치개혁 경남행동'이 함께 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을 뺀 군소 정당들에 내년 지방선거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러나 이들에게 정치장벽은 높기만 하다. 이들은 다양한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입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도록 '민심 그대로 선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촛불민심은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지만 국회 모습은 그대로이고, 모든 개혁은 국회 앞에서 멈춰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국정농단과 권력형 부패·정경유착이 끊임없이 발생해온 것은 잘못된 정치·선거제도 탓이 크다"며 "잘못된 선거제도는 표심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기득권을 가진 거대 정당들의 정치 독과점 구조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정치개혁 경남행동과 도내 5개 야당 도당이 6일 도청에서 내년 지방선거 4인 선거구 확대와 선거구획정위 주민의견 수렴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봉화 기자

◇4인 선거구 확대로 독과점 막아야 = 지방의회 정치 독과점은 심각한 수준이다. 12월 현재 경남도의원 55명(비례 5명 포함) 가운데 89%인 49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더불어민주당 3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이 있다. 기초의회는 260명(비례 35명 포함)에서 현재 3명(진해 가·함안 가·창녕 다)이 공석이고, 이 가운데 68%인 174명이 자유한국당이다. 민주당 43명, 민중당 4명, 국민의당 3명, 노동당 2명, 정의당 2명, 바른정당 2명, 무소속 27명이다.

정치개혁 경남행동은 "한국 광역의회 선거제도는 표심을 왜곡하는 불비례성이 세계 최악이고, 기초의회도 1~2개 정당이 의석을 독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의회에서 정치세력 간 경쟁이 상실되고 있다"고 했다.

해결책으로 광역의회 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시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맞도록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해 득표율과 실제 의석 수 차이를 최대한 줄여보자는 취지다.

또 기초의회 선거는 3~5인 선거구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부터 중선거구제가 도입돼 1개 지역구에서 2~4명을 선출할 수 있지만, 2인 선거구로 '쪼개기'하는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공직선거법 26조 4항을 삭제하고, 4인 선거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거구획정위 투명성 확보해야 = 국회 정개특위와 별도로 시·도별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을 논의 중이다. 지난달 구성되고 나서 1차 회의에 그친 경남도선거구획정위는 다음 주께 2차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11명 위원이라는 것 외에 명단이나 회의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비공개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지만 위원회에서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려는 조치로, 다른 시·도획정위도 마찬가지"라면서 "잠정안이 나오면 공개해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일규 경남시민주권연합 정책위원장은 "선거구 획정을 광역자치단체가 하면 안 된다. 한국은 자치단체와 의회가 기관 대립형으로 설정돼 있는데, 의회 선거구 획정위를 도 산하에 둔다는 건 생선을 고양이한테 맡긴 격"이라며 "획정위를 선관위에 두고 위원회 구성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야당 관계자도 "선거구 획정 과정이 투명하고 유권자들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수렴해야 한다"며 "유권자들이 투표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선거 룰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수 정당과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열라고 도선거구획정위에 요구했다.

◇주민공청회 늦지 않았다 = 서울시자치구의원선거구획정위는 지난달 10일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의견수렴을 거쳐 서울시획정위는 중선거구제 취지를 살리고자 2인 선거구를 통합해 4인 선거구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난 3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독단적인 정치적 음모에 의해 진행된다'는 근거 없는 발언이 쏟아졌고, 홍준표 대표는 "실력(행사)으로 막으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도내 야 5당은 "현행 선거제도에서 이익을 누려왔던 거대 정당들이 선거제도 개혁과 4인 선거구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선거구 획정을 늦추면 시간에 쫓겨 졸속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도선거구획정위는 국회 논의만 지켜볼 게 아니라 주민공청회 마련 등 적극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내 시민단체와 야 5당은 오는 11일부터 연말까지 한국당 경남도당 앞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또 오는 12일 오후 4시 30분 경남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정당 초청 원탁토론회를 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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