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경남 어린이 글쓰기 큰잔치 심사평

<고구마 캐는 날>은 몸과 마음이 아주 건강한 어린이가 쓴 글입니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 편하게 먹고살겠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요즘 같은 야박한 세상에, 땀을 소중하게 여기는 어린이가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고 희망입니다. 이 세상에서 일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이 글을 쓴 어린이는 식구들이 캔 고구마를 상자에 담으면서 한두 개 더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엄마한테 묻습니다. "엄마, 무게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으면 어떡해요?" 그 말을 들은 엄마는 큰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무게가 모자라면 안 된대이! 제대로 맞춰야 한대이!"

엄마 말을 듣고서야 저울 눈금이 어느 정도는 넘어가도 마음이 편하다며 고구마를 넉넉하게 상자에 담습니다. "사람들이 우리 고구마를 많이 먹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또 내가 조금 더 주려는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합창부 연습>은 짧은 시지만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한테 강요하는 어른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글입니다.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할수록 자꾸 그 행동이 하고 싶어지는 아이들 마음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노래 불러야 고운 목소리가 나올 텐데….

<역사 속으로>는 어린이답게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영화에서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인간 취급해 주지 않고, 계속해서 때려 다치게 하는데도 굴하지 않고 나라를 되찾으려고 태극기를 들며 노력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라면 무서워서 그렇게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분들을 보면서 반성도 하고 감동도 받았다." 이 글을 읽고 어찌 공감하지 않겠습니까?

<바다에서>는 읽을수록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어린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시입니다. 바람이랑 같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면서 "힘이 빠졌는지 다시/ 다른 친구들을 따라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왔다 갔다/ 도대체 뭘 할까?" 궁금해 합니다. "나한테 장난치고/ 도망갔다 다시 오는/ 시우 같다"는 생각을 하며,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는 아이가 눈앞에 서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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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선생님들과 심사를 마치고 저녁을 나누어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쓴 글을 어른들 생각으로 가려 뽑았구나. 이게 잘하는 일일까? 차라리 어린이들이 쓴 글을 어린이들이 가려 뽑게 하면 어떨까?' 별빛이 쏟아지는 산골 마을 들머리에 가로등만 홀로 서서 말을 겁니다.

'아이들이 쓴 글을 읽고 오니까 십 년은 젊어진 것 같네 그려.' /심사위원장 서정홍(농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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