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영 만화 <좋아하면 울리는>(좋알람)은 웹에서 한창 연재 중이다. 1990년대 천계영의 만화는 큰 인기였고 지금도 인기웹툰 작가다.

좋알람의 한 장면은 몇 년째 개인 페이스북 얼굴 사진이다. '구겨지지 않을 거야' 하며 여주인공이 혼자 다짐하는 컷이다.

몸이든 마음이든, 타의적이든 자의적이든 우린 훼손되고 상처받을 수 있다. 종이 움켜쥔 듯 구겨져도 제 손으로 싹싹 문질러 다듬으면 난 구겨지지 않은 상태가 된다. 구겨진 기억과 흔적은 있을지언정 나 스스로는 구겨지지 않았다고 우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런 개인의 회복성이야말로 모든 사회 현상을 해피엔딩으로 만들어 줄 이상적인 장치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 사회는 개인의 의지에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넘으려 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고, 몇 번 구겨지다 찢어져 버리는 상황을 맞은 이들에겐 회복성을 논할 수 없다. 이제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회복성을 지녀야 한다. 이런 움직임이 '회복적 도시 만들기' 운동이다.

그동안 아동학대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은 피해자 회복보다 가해자를 밝히고 죄를 정량화하고 처벌하는 데 치중해 있었다. 가해자는 반성보다 낮은 처벌을 받고자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하고 이 과정에서 억울한 마음만 커진다. 처벌로 사건은 종결됐지만 피해가·가해자 모두 달라지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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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이 아닌 피해·책임·관계·정의·공동체 회복에 초점을 둔다면 결과는 어떨까? 학교 문화와 교육과정이 바뀌어야 하고 동시에 사회시스템과 패러다임 또한 바뀌어야 한다. 회복적 도시 만들기, 그 시도가 봉황초교를 중심으로 김해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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