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는 AI 발생 농민 한숨 깊어
사고치는 공직자들 방역대책 없나

'그놈의 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AI). 찬바람 부니 예의 또 그놈 소식이다. 지난달 전북 고창 오리농장 발생 후 다른 농가 감염은 없었다. 하지만 순천, 제주지역 야생조류 분변 검사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돼 안심하기엔 이르다. 더구나 지금은 12월 초. 겨울은 이제 시작이다.

사실, 통상 추울 때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여겼던 AI는 근래 들어 계절도 가리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기승을 부리더니, 끝났나 싶던 6월에 다시 곳곳에서 발생해 전국을 긴장하게 했다. 2015년에도 6월까지 창궐했고 2014년에는 무려 7월 말에야 기세가 잡혔다. 우리나라도 AI 상시 발생국이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AI가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건 2003년이라고 한다. 이후 거의 매년 AI 피해를 보고 있다. 15년째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 사육환경 개선, 백신 도입·연구, 전문가 양성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지만 좀처럼 획기적인 정책은 나오지 않는다. 이번 정부가 방역국을 따로 설치해 예찰을 강화하고 AI 발생 직후에 보다 발 빠르게 대응한 건 칭찬할 만하다. 그 덕분인지 농가로 확산하지는 않고 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이동금지, 살처분, 소독뿐이지 않은가.

농민들의 한숨도 깊어진다.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하지만 AI 발생이 잦아지면서 반복되는 예방적 살처분과 전국적 이동금지 조치가 되레 가금류 사육 농가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닭의 씨를 말리려 하느냐'는 성토다.

전문가들은 최우선 과제로 밀식 사육 문제 해결을 꼽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농가 부담과 달걀 가격 인상 우려를 이유로 새로 설치되는 양계장의 시설 규격 기준을 다소 강화하는 소극적 대책만 내놨다. 기존 시설은 개선 유예기간을 10년이나 줘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올해 전담반을 꾸리고 공청회를 하면서 백신 도입도 검토를 했지만 기존 방역 방식으로 사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긴급백신을 갖추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백신을 도입하면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은 인체감염 위험성, 경제성·효율성 하락 우려도 있기 때문에 상시·전면 도입은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극적 도입을 주장하는 여론과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에도 사육시설 현대화와 백신 도입 논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여느 때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의식해 잠깐 끓어올랐다가 별다른 성과도 없이 식어버리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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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바이러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또야?' 소리 절로 나오는 소식, 사고 치는 공무원·의원 이야기다. 뇌물, 특혜 의혹에 휘말리는 것도 모자라 음주운전에 폭행까지 최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것도 바이러스인가 싶다. 그놈의 바이러스. 잊을 만하면 다시 발병하는. 그렇다면, 방역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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