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거복지로드맵 발표…LH, 고령자 소유 주택 매입
청년·신혼 공공임대 공급, 소유권·상속 여부 등 차이
종신형 상품 출시 논의 중

정부가 지난달 말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발표한 '연금형 매입임대'가 고령자들의 노후 안정대책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금형 매입임대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이 고령자의 소유 주택을 매입해 청년·신혼부부나 취약계층에게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주택을 매각한 고령자에게는 매각 금액을 분할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고령자의 주택을 활용해 연금 형태로 받는다는 점에서 연금형 매입임대는 기존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해온 주택연금(역모기지) 상품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세부 운영 방식에서는 주택연금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대출 vs 매각'…연금형 매입임대는 고령자에 임대주택 제공 = 5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주택연금과 연금형 매입임대의 가장 큰 차이는 '담보대출'이냐, '매각대금 지급'이냐에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담보대출을 연금식으로 받는 형태로, 주택의 소유권이 연금 계약자 본인에게 있고 해당 주택에 직접 거주해야 한다. 대상자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만 60세 이상인 경우로 제한된다.

반면, 연금형 매입임대는 연금 계약자가 거주 주택을 LH에 완전히 매각해 매각대금을 연금으로 나눠 받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주택 소유권은 LH에 넘어간다. 연금 신청자에 대한 나이 제한을 둘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상 주택도 주택연금은 시가(매입가) 9억 원 이하 주택만 가능한데, 연금형 매입임대 주택의 가격을 제한할지는 미정이다.

국토부와 LH는 임대주택의 제공 방식도 다각화할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고령자에게 제공하는 임대주택은 국민임대 등 기존 공공임대가 될 수도 있고 매입 임대주택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가구주택의 경우 소유권은 LH가 갖되 집주인인 고령자가 임대 형태로 계속 거주하도록 하고, 나머지 가구는 청년·신혼부부 등에 임대하는 구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내년에 먼저 LH의 리모델링 매입임대 사업으로 연금형 매입임대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택연금은 부부 기준 1주택자가 원칙이지만 전체 보유주택의 가격 합산이 9억 원 이하인 경우는 다주택자도 가입할 수 있다. 주택 합산금액이 9억 원을 초과하는 2주택자는 3년 내 1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가입이 된다.

연금형 매입임대는 다주택자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연금수령자가 고령자라 해도 임대주택은 제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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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형 매입임대 수령액, 주택연금보다 많지만 임대료 고려해야 = 연금 수령액에서도 차이가 크다. 주택연금은 담보가치를 설정할 때 가입 당시의 나이와 주택가격, 할인율 등을 따져 원금 가치와 이자를 평가해 이자는 공제하고 원금만 연금으로 지급한다. 이 경우 개인차가 있지만 통상 일부만 담보로 설정된다.

이에 비해 연금형 매입임대는 집을 완전히 매각하는 방식이어서 집값의 100%에 해당하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만기 기간에 따라 안분 지급한다.

주택금융공사와 국토부·LH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60세가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담보로 20년 만기 주택연금 상품에 가입할 경우 시가 3억 원짜리 주택은 월 74만6000원, 시가 7억 원 주택은 174만2000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연금형 매입임대는 20년 만기 조건의 경우 3억 원 주택의 연금은 월 146만5000원, 7억 원 주택은 339만7000원으로 주택연금보다 월 수령액이 약 2배 가까이 된다.

특히 연금형 매입임대는 금리 인상과 비례해 수령액이 늘어난다.

LH 관계자는 "매입임대는 LH가 집값의 매입 대금을 고령자에게 9분할 납부하는 방식이어서 금리가 오르면 지급 이자가 상승해 연금 지급액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은 금리가 달라져도 연금을 수령하는 동안에 월 지급액은 변동이 없고,주택의 처분 시점에 이자 변동분을 반영한다. 이때 주택 처분 금액이 수령 연금액보다 낮으면 주택금융공사가 손실을 부담한다.

주택연금은 가입 당시 1.5%의 초기 보증료와 연금 지급액 총액의 0.75%에 해당하는 보증료를 매년 주택금융공사에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연금형 매입임대에는 별도의 보증료 부담이 없다.

단, 주택연금은 별도 임대료 부담이 없지만 연금형 매입임대는 본인이 거주하던 집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을 받더라도 소정의 임대료는 부담해야 한다.

◇종신 지급·상속 여부도 살펴봐야 = 최근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주택연금의 경우 계약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종신형의 선호도가 높다.

주택연금 종신형의 경우 연금가입자가 보증 총액을 넘는 연금을 받았더라도 가입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연금이 지급된다. 또 부부가 둘 다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연금형 매입임대는 만기 지급형이 우선이며, 종신형 상품을 출시할지는 현재 논의 중이다. 이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지급 보증 상품과 연계 시행될 전망이다.

주택연금은 대출 형태인 만큼 주택이나 연금 잔여 금액에 대해서는 상속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집주인이 마음이 바뀌거나 사망해 자식들이 해당 주택을 상속받는 경우 그간 받아온 연금(대출금)을 갚으면 주택에 대한 소유권이 회복된다.

연금형 매입임대는 주택 상속은 불가하고 계약 만기 전 연금 수령자가 사망하는 때에만 잔여 연금액 상속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 임대사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연금형 매입임대와 주택연금이 '틈새' 복지 상품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매입형 임대사업의 사업 구조가 확정돼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겠지만 일단 다가구주택 소유자나 연금액이 높은 상품을 원하는 사람은 매입형 임대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연금형 매입임대를 종신형으로 지급할 경우 LH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꼼꼼한 상품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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