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2급 신용욱 씨, 요양보호사 시험합격·취업 "병원서 더 많이 일하고파"

장애인은 꼭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일까요? 지적장애 2급 신용욱(21) 씨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비장애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그는 올해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용욱 씨는 지난 11월 11일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두 차례 낙방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을 해 '평범하지만 특별한 꿈'을 이뤘다.

요양보호사는 노인요양원 또는 재가시설에서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을 돌보는 일을 한다. 요양보호사 시험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장애인 합격률이 평균 10% 미만이다.

▲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근무 중인 지적장애 2급 신용욱 씨. /박종완 기자

그는 마산장애인복지관 부설 창원장애인일자리창출센터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통해 큰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마산장애인복지관 지원을 받으며 공부했지만 올해는 요양병원에서 일을 하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공부하며 시험을 통과했다.

용욱 씨는 현재 장애인복지 일자리사업 중 실버케어 직무를 통해 마산우리요양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 5일 근무로 오후 2시 30분 출근해 3시간 동안 어르신들을 돌본다. 그는 "도움을 받아오던 내가 요양보호사가 되고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특히 어르신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한다.

용욱 씨에게는 집중력에 약점이 있었다. 또 학교에서 괴롭힘도 당해 경계성이 강하고, 사회성도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뒤에서 묵묵히 지지해 준 부모와 마산장애인복지관의 관심 속에 조금씩 사회성을 익히고 있다.

마산우리요양병원 관계자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적극적인 모습은 덜하지만 어르신 휠체어를 끌어주거나 말동무를 하면서 요양보호사로서 첫발을 순조롭게 내딛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용욱 씨가 요양보호사가 된 이유는 뭘까? 그는 서울에서 일하고 싶고, 돈을 잘 벌고 싶어서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그는 "요양보호사는 서울에 일자리가 많을 거라고 엄마가 말해줬다. 또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는 말도 들어서 시작하게 됐다. 지금은 일을 좀 더 많이 하고 싶다. 3시간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병원에 계신 어르신들과 보내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용욱 씨가 더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고 싶다고 한 이유는 장애인 보건의료영역 취업률이 낮고, 업무 시간도 적기 때문이다.

이해운 창원장애인일자리창출센터장은 "장애인 보건의료영역 취업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용욱이와 같은 사례가 이어진다면 장애인 일자리 확대도 가능하리라 본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자리 중 하나"라며 "지적 장애인은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회가 원하는 제도와 부딪힐 때가 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사회성이 길러지고 체계에 익숙해진다는 점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에게 팥빵을 사줄 수 있어 기쁘다는 용욱 씨, 그가 장애인 복지 일자리 사업이 아닌 진짜 요양보호사로 어르신을 도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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