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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맛집]진주 먹을터

후후 불어먹는 따끈한 할머니의 인심

이미지 기자 image@idomin.com 입력 : 2017-12-05 15:47:39 화     노출 : 2017-12-05 15:55:00 화

지인이 지은 밥맛에 반해 도전한 주인장

뜨끈한 밥 한술에 고기 한 점 얹어 한입, 짭짤한 된장찌개 한 숟가락 후 구수한 숭늉으로 마무리.

쌀쌀한 이맘때 후후 불어먹는 뜨거운 밥이 생각난다.

진주에 오래된 돌솥밥집이 있다. 신예순(69) 주인장이 23년간 돌솥밥을 내 온 밥집 '먹을터'다.

신 씨는 20여 년 전 지인이 지은 밥맛에 반해 자신도 맛있는 밥을 선보이고 싶어 시작했다. 음식 하나는 자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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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을터 상차림. / 이미지 기자

"진주에 '낙천'이라는 돌솥밥집이 있었어요. 아는 사람이 한다기에 먹으러 갔죠. 아주 맛있는 거예요. 낙천을 갔다 온 후로 나도 맛있는 밥을 손님에게 내놓고 싶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어디 가서 요리 못 한다는 소리는 안 들어봤거든요. 나름 작품처럼 만들고 멋지다는 소리도 들었죠. 그래서 반찬이야 자신 있겠다, 맛있는 밥으로 장사를 한번 해보자고 시작했죠."

신 씨는 당시 진주 중앙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했었다. 아들에게 열쇠를 맡기고 수정동에서 '먹을터'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국문학도였던 큰딸이 지어준 순우리말 이름이다.

흐른 세월만큼 밥 한 그릇 5000원에서 1만 원으로

반응은 뜨거웠다. 해장국이 3000원 하던 시절, 5000원으로 나름 고가였던 돌솥밥집은 불이 났다. 남편이 온종일 돌솥 앞에 서서 불을 조절했고 주방에 일하는 이모 둘을 두며 꾸려나갔다.

지금은 돌솥밥을 올려두면 불 조절이 저절로 되는 돌솥밥용 버너가 나오지만, 당시에는 한 사람이 지키고 서서 불을 내내 봐야 했다. 센 불에서 중간 불로 옮기고, 다시 뜸을 들여야 했다. 손님은 넘쳐났다. 하지만 테이블이 채 10개도 되지 않았던 곳이라 손님들은 길게 줄을 서야 했다.

그래서 신 씨는 너른 곳을 얻어 중앙시장 쪽으로 가게를 옮겼다. 그리고 다시 지난 3월 봉곡동으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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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으로 맛을 낸 돌솥밥. / 이미지 기자

"중앙시장에 있던 가게는 넓었는데, 오래된 건물이라 보수도 해야 하고 몸도 안 좋았어요. 잠시만요. 교육청 사거리에서 서부시장 쪽으로 큰 도로를 따라오세요. 마트가 있고 더 가다 보면 사우나가 있어요. 거기 2층이에요."

위치를 묻는 전화에 신 씨가 아주 자세히 설명해준다.

"가게에 냄새가 나지요? 민들레 뿌리를 볶고 있어요."

전화를 끊은 신 씨는 단골손님에게 차를 내놓는다고 했다. 민들레는 진주 문산의 농장에서 직접 캐온 거란다.

"매실나무를 심은 농장이 있어요. 매실을 따서 장아찌와 차를 만들죠. 초장에도 넣고 석쇠불고기에도 쓰고. 소나무가 둘러싸고 있어서 매실이 참 맛있어요. 그 밑에 민들레를 심었는데 10년이 지나니 온통 민들레밭이 됐더라고요. 취나물, 단호박을 심고 뽕나무도 키우고. 우리 집 반찬은 농장에서 키운 거 반 이상이죠."

농장에서 거둔 매실, 단호박, 취나물이 손님상에

남편 김종곤(75) 씨는 고향 삼천포의 편백나무 숲을 잊지 못해 늘 농장을 가꾸고 싶어 했다. 어르신은 매일 농장에서 풀을 뽑고 나무를 돌본다. 혹여나 잎이 시들하면 참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 등을 비료로 만들어 뿌린다.

"참 오래전 일인데…. 아는 사람한테 산을 넘겨야 했던 일이 있었거든요. 참 안 좋은 일이었죠. 그 뒤로 늘 농장을 갖고 싶어 했어요 남편이. 그때 그 숲을 잊지 못 하는 거겠죠. 요즘은 늘 농장에 나가 있어요. 가게는 저 혼자 꾸려나가고요."

신 씨의 손맛에도 고향 삼천포가 담겨있다. 배추와 무, 볼락을 차곡차곡 얹어 담았던 김치 맛이 그립다고 말하며, 오늘도 가게에서 김치와 된장, 새우젓갈을 담근다.

돌솥밥을 주문하면 이 모든 걸 맛볼 수 있다. 한 상 거대하게 차려진다. 석쇠불고기와 부추전, 생선구이, 낙지숙회, 명태조림, 양념게장, 도토리묵, 나물반찬들이 나온다. 나물은 제철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보통 네다섯 가지다. 반찬만 17~20개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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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예순 씨. / 이미지 기자

콩으로 맛을 살린 돌솥밥… "건강한 먹을거리여야"

돌솥밥은 다양한 콩이 어우러져 있다. 인삼과 대추를 걷어내는 손님을 보고서 검정콩, 완두콩, 약콩 등만으로 맛을 낸다. 쫄깃한 밥은 달다. 반찬에 젓가락이 가야 하는데 밥맛 덕에 숟가락질만 열심이다.

영양밥 한 숟가락에 석쇠구이와 생선구이를 번갈아 올리며 맛봤다. 거기다 숭늉까지 후루룩 마셨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신 씨가 잘 보관해뒀던 다기 세트를 들고 왔다. 직접 덖은 민들레로 따듯한 차를 내어준다. 아주 연하고 은은하게 달콤한 향이 올라오다 끝 맛은 쓰다.

"쌉쌀하죠? 그래도 몸에 좋으니 한 잔 더 마셔요. 먹을거리는 정직해야 합니다. 건강과 직결되잖아요. 요즘 아토피가 얼마나 많은지…. 딸 내외가 아주 좋아해요. 엄마가 밥집을 하니 언제든지 와서 반찬을 얻어가니. 애들 모두 참 잘됐어요. 할미 밥 먹고 자란 손자 녀석도 서울에서 대학 다니고 잘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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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맛으로 낸 밥 한술에 석쇠불고기 한 점. / 이미지 기자

20년간 무거운 돌솥을 나르느라 척추 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는 주인장은 음식을 만지는 게 자신에게 가장 큰 복이라고 했다.

"20년이 넘으니 단골이 참 많아요. 사범대 11회 졸업생, 진고 26회 졸업생들이 찾아와 밥 먹고 가요. 개천예술제 때 서울에서 한 손님이 왔는데 그러더군요. 오래 살라고. 그래야 맛난 음식 내년에도 먹고 후 내년에도 맛본다고. 다들 고마워요."

<메뉴 및 위치>

메뉴 △영양돌솥밥 1만 원 △삼겹살 8000원(오후 2시 이후) △장어양념구이 2만 원(소)

위치: 진주시 촉석로149번길 5(봉곡동 18-9)

전화: 055-745-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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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7월부터 지역 문화 소식을 전합니다:) 전시와 문화재, 맛이 중심입니다 깊이와 재미 둘 다 놓치지 않겠습니다:D 소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