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장 들어서는 남지읍 쫄깃
수구레 국밥·선지국수 등
부드럽고 시원한 맛 일품
넉넉한 인심에 추위도 '싹'

말 그대로 '가는 날이 장날'이라 지나칠 수 없었다. 낮 12시 창녕군 남지읍(2·7일장) 시장에 들어서자 사거리를 두고 좌판행렬이 끝이 없다. 바닥에 켜켜이 놓인 과일 바구니와 배추포기, 트럭마다 내놓은 갖가지 생선과 젓갈이 김장을 앞둔 초겨울 모습이다.

"남지장은 먹을거리가 아주 많지 않아도 맛 하나는 끝내주지요."

연방 어묵을 튀겨내는 이영자(55) 씨가 어서 맛보라고 권한다.

수구레 국밥.

지난 2일 찾은 남지 5일장은 수제 어묵과 순대, 생과자, 호떡처럼 흔한 주전부리로 손님 입맛을 사로잡았다.

"남지장과 창녕장에 선 지 15년 정도라요. 딱히 가게 이름은 없고 다들 '남지어묵'이라고 불러요. 박치과 앞에 늘 있지요. 안 사더라도 맛이라도 보세요. 맛을 봐야 알지요."

이 씨가 손님을 일일이 상대하면서 이것저것 묻는 말에 친절히 답한다. 그 옆에서 전태근(57) 씨가 칼과 기다란 꼬챙이로 각을 제대로 세운 반죽을 튀김기에 넣는다. 커다란 도마 위는 자로 잰 듯 네모반듯한 어묵이 만들어진다. 부부의 자신감 그대로 어묵은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튀겨낸 지 꽤 된 어묵은 쫄깃했다. 특히 동그랗게 튀겨낸 자잘한 어묵은 이쑤시개로 콕 찍어 먹는 맛이 있었다. 그래서 순식간에 맛보고 지나치는 행인이 많았다.

천일식당 선지국수.

저 멀리 줄이 가장 긴 곳을 찾으니 '맛있는 호떡집'이다. 씨앗 호떡과 풀빵, 찐 옥수수를 파는 곳이다. 손님들 입마다 "호떡 집에 불났네"가 나올 정도다.

"여섯 개나 사서 뭐 할라꼬. 고마 하나씩만 맛보지."

기다림에 지친 어느 어르신이 며느리에게 하는 말이다. 양채철(55) 씨는 호떡 주문을 받으면서 기름을 칠한 손에 반죽을 한 움큼 떼 설탕과 씨앗을 넣고 돌돌 말아 구워낸다. 쉬지 않고 구워내도 주문은 밀린다.

장터 국밥집 주인장 모습.

"꿀이 제대로 녹았는지, 반죽이 노릿한지 신경 쓰고요. 감으로 압니다. 익었나, 안 익었나. 기다리는 손님들은 그만하면 된다고 하지만 제가 알지요."

아삭한 씨앗이 씹히는 호떡은 추운 날 호호 불며 먹기에 그만이다. 뭐든지 1000원부터 시작하는 가격 덕에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를 누린다.

그래도 창녕인데, 수구레 국밥을 안 먹을 수 없다. 남지장을 구석구석 돌다 찾아낸 '원조 옛날 장터 국밥'집. 남지상가 뒤편 비교적 한적한 곳에 있었다. 커다란 솥 두 개를 걸고 소국밥과 돼지국밥을 파는 어르신은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손님을 맞았다. 장날에만 문을 여는 30년 된 국밥집이다

호떡 굽는 주인장.

수구레 국밥이 나왔다. 소의 살과 껍질 사이에 붙은 비계를 일컫는 수구레와 선지가 듬뿍 담겼다. 얼큰했다. 보통 무와 파, 고춧가루를 넣고 끓여 먹는 소고기뭇국에 소고기 특수부위 특유의 향과 맛이 담겨 있다. 수구레는 부드러웠다. 느끼한 맛보다 고소함이 더했다.

"우리 따로 국밥 두 그릇만 주라. 아이다. 세 그릇이다"

주인장과 친분이 아주 두터워 보이는 어르신 세 명이 가게 안쪽에 자리를 잡자, 김 할머니라고 부르는 주인장이 일부러 나와 인사를 한다.

남지시장 상가.

국밥집을 뒤로한 채 또 다른 별미를 맛보러 남지상가 안 '천일식당'을 찾았다. 어묵 주인장이 추천해 준 집이었다.

앞서 온 손님들이 선지국수를 말끔히 비워낸다. 대세를 따라 선지국수를 주문했다. 정말 푸짐해 감탄이 절로 나오는 국수는 큼직한 선지와 무, 우거지, 콩나물 속에 국수가 숨어있다.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에 소면 말고 밥도 말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한 젓가락씩 돌돌 말아 후루룩하다 보니 어느새 국물만 남았다. 그릇을 통째로 들이마셨다. 속이 따듯하다.

"우리는 밥 묵을 때 아직 멀었다. 날씨가 쌀랑해 그리 손님이 안 많다. 날만 따시면 장에 사람들 많이 나오는데. 마이 무라이."

부드러운 식감이 돋보이는 남지어묵.

오늘은 용케 방에 앉아 국수를 먹는다는 한 손님이 주인장에게 안부 인사를 묻자 어르신이 주방과 조금 떨어진 방 안을 들여다본다.

시장 상인들은 이제부터 시작하는 추운 겨울이 걱정이다. 하지만 낯선 이가 든든하게 배를 채우도록 인심을 베푸는 5일장은 추운 겨울도 맛있는 곳이다. 오후 3시께 다시 선 남지 5일장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남지 5일장 풍경.

<메뉴 및 위치>

◇메뉴 △남지 어묵 1000원부터 △맛있는 호떡집 씨앗 호떡 1000원 △원조 옛날 장터 국밥 수구레 국밥 6000원 △천일식당 선지국수 3000원

◇위치: 창녕군 남지읍 본동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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