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가고 있는 노동 계급화가 민주주의 발전을 막고 사회적 평등을 위협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말 대량해고 위기에 처한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경우를 보면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지난 연말 369명이 해고되고 올 연말에 또다시 84명이 계약종료에 따른 해고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부평공장 400명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인원이다. 이들의 해고는 소위 대기업들의 하청 관행이 여전하며 정부가 아무리 비정규직 해소를 강조해도 현실에서는 쇠귀에 경 읽기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것은 역대 친기업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기업들은 이를 빌미로 불법 파견과 주요 작업에 대한 외주 관행을 고착화했으며 그 결과 비정규직 양산과 노동 불안정, 노동 계급화를 촉발했다. 한국지엠은 도급계약 종료를 명분으로 밝혔지만 조합 가입자가 많은 하도급업체에 대해 계약 해지를 한 것은 비정규직의 최소한의 노동권리마저 내팽개친 것이다. 한국지엠이 조합원 가입자가 많은 업체, 파업을 하면 부담이 큰 업체를 하도급에서 배제하려는 것은 애초 노동유연화를 통해 달성하려고 했던 목적과 다르지 않다.

한국지엠의 행위는 현행 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청업체 파업에 따른 손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가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는 것이다. 스스로 합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노동자의 권리이다. 그럼에도 손실을 이유로 해고라는 수단을 쓰는 것은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적폐인 전형적인 갑질 사고방식이다. 도급계약이 끊긴 회사는 폐업을 하고 노동자는 다시 다른 이름의 도급업체에 취업하여 이전 라인에 투입되는 현상은 사측만을 위한 노동유연성일 뿐이다. 정부는 이런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특별근로감독관 파견을 비롯하여 노동인권이 보장되는 본보기를 보여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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