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붙은 '지방' 안 쓸 수 없는 상황
서울과 동등 개념 '지역'으로 바꿔야

사람들이 '지방'이라는 말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인문학 독서모임 '일기일회'에서 나는 '지방'에 대해 발제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방'이라는 말을 가능한 한 피한다. '중앙에 대비되는 변방' 혹은 '중앙에 종속되는 변방'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등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라는 말을 쓰려 한다." "하지만, 불가항력이다. '지방대', '지방자치', '지방자치단체'…. 같은 공무원인데도 지방에 있으면 '지방행정주사'가 된다. '경남지방경찰청', '경남지방중소기업청'… 용어 곳곳에 지방이 붙어 있으니 안 쓰려야 안 쓸 수 없다."

'지방충'이라는 용어에 이르러 회원들 사이에 한숨이 나왔다. '지방에 사는 하층 족속', 중앙과 지방의 격차를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지방에 거주하는 자체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비하하는 인터넷 용어다.

발제 후 적지 않은 반응을 접했다. 30대 회원 한 분은 "아무 생각 없이 지방이란 말을 썼다. 이 말이 지닌 격하의 의미를 몰랐던 바도 아니다. 그런데도 거리낌 없이 썼다"고 했다.

50대 회원은 "서울 사람들이 '지방' '지방' 하는 말은 정말 듣기 싫다. 지방에서 왔어요? 여긴 지방과는 달라요! 이러는 게 어떻게나 싫던지…" 했다.

다른 한 분은 좀 더 길게 말했다. "표준어 상대적 개념인 방언을 '지역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에 의해 달리 사용되는 언어라고 한다. 이때 '지방' 대신에 '지역'이란 말을 쓴 건 서울말 또한 하나의 방언으로 인식한 것이다. 따라서 '지역'과 달리 '지방'이란 용어에 '서울을 제외한 주변부'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다는 견해에 동의한다."

발제 끝에 '지방'을 '지역'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전했다. 국회의 노력과 지역의 노력 두 유형이었다. 우선, 2015년 4월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국회의원은 '지방분권법(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지역분권법'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배 의원은 "우리의 의식이 먼저 균형을 이뤄야 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 지방이라는 용어를 지역으로 바꾸는 것이 지역주권의 회복"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지방분권법'을 '지역분권법'으로 고치면서 법률 용어부터 지방 대신 지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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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역 스스로의 노력으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의회에서는 지난 2월 보조금 관련 조례를 개정하면서 조례 이름과 내용에서 지방이라는 말을 삭제했다. 강원도에서는 분권보다 강력한 개념으로 지역주권이라는 말을 쓰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 법안 발의를 지지했다.

최근 이 지역에서도 '지방'이란 용어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지방분권경남연대 회원들이었다. 지난달 27일 회의 자리에서 누군가 '지방분권'이라는 용어를 쓰자 곁의 회원들이 지적했다. "'지방분권' 대신에 '자치분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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