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서 행복 요인 찾는 우리네 정서
대인관계·일상의 웃음에서 찾아야

어느새 12월입니다. 일 년을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살아온 일 년은 행복했었던가?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일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잘한 일, 못한 일 따져보면 후회가 더 많습니다. 좀 더 잘 살 수 있었는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맘때쯤이면 늘 그렇듯이 다가오는 새해에는 좀 더 잘 살아 보리라 다짐도 해봅니다.

얼마 전 어느 잡지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잡지에서 언급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세 나라는 덴마크, 코스타리카, 싱가포르입니다. 행복 요인은 재정적 요인, 대인 관계, 목적의식, 신체적 건강, 지역사회 참여의 다섯 가지 범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범주에 따라 전 세계 행복 지도가 만들어졌습니다. 행복 지도를 만든 구체적 기준은 여러 주제 중에서 특히 세 가지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방법, 일상의 행복, 신체적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중동의 팔레스타인 지역, 동유럽의 라트비아, 아프리카의 우간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유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나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져 봅니다. 올 한 해 나는 잘 살아왔는가? 얼마나 많이 웃었는가? 몸과 마음은 건강한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0∼10점으로 점수를 매기는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7점 이상을 받은 사람들 비율이 15~34%에 머물렀습니다. 일상의 행복을 얼마나 느끼는가에 대한 부분은 1∼100점 중 최하위에 해당하는 65점 이하입니다. 신체적 건강 면에서도 18%만이 고통을 겪지 않고 건강한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물론 개인의 행복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에서 제시한 행복 기준이 전부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잡지에서는 대한민국의 결과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합니다. 한국은 다른 범주에 비해 재정적 요인을 찾는 지수가 높은 편이라는 언급입니다. 쉽게 말하면 행복을 가져다주는 다섯 가지 요인 중에서 돈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뜻입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나라에서도 돈을 우선시하는 정책들이 만연해 왔음을 방증하는 결과로 보입니다. 우리가 사는 주변 상황을 살펴보면 더욱 자명해집니다. 멀쩡한 강과 하천을 무지막지하게 파헤칩니다. 은빛 모래 가득하던 강과 하천들이 황량한 사막처럼 변하고 맙니다. 어릴 적 추억이 가득 담긴 동네 도랑은 콘크리트에 덮여 신음하고 있습니다. 마을 뒷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업 단지와 전원주택 부지 조성이란 명분 아래 거의 폭력적인 방법으로 바둑판처럼 정리되고 있습니다. 농촌 공동체는 무너지고 도시 아파트 숲만 무성해집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다투어 벌이는 케이블카 사업 경쟁은 도를 넘은 지 오래입니다. 설악산도, 지리산도, 한려해상국립공원도 돈벌이 케이블카 사업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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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질 높은 대인 관계를 추구해야 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치열하게 추구하는 동시에 웃음을 잃지 않는 일상의 기쁨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국가와 지역사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민과 시민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움 주어야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행복이란, 오직 의미 있는 삶, 곧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삶'에서만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고 난 후의 일과 삶입니다. 오래전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말이지만 올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면서 곱씹어 봐야 할 명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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