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이대로 괜찮나] (1) 현재 제도 문제점은
국회-광역-기초의원 선거구 연동 제도로 기초의원 정수까지 국회가 일방적 결정
게리맨더링 방지 한계

행정안전부가 5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도의원 선거구 획정 및 지방의원 정수 조정안'을 보고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의회 구성의 기초자료가 될 이 조정안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느 지역구에서 몇 명을 뽑을지 결정하는 선거구 획정은 지역 대표자를 뽑는 출발점이다. 유권자의 표심을 공정하게 의석으로 전환해 선거 대표성과 민주성·비례성을 보장하고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현재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은 지방자치·분권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구 획정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개정 방향이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방의회 좌지우지하는 국회 = 도내 5개 야당 경남도당이 지난달 29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뺀 국민의당·정의당·민중당·노동당·녹색당 도당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석영철 민중당 도당위원장은 "지금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한마디로 국회 졸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표 사례로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을 꼽았다.

현행 선거법상 국회의원-광역의원-기초의원 선거구 연동 제도에서 발생하는 문제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구 안에서 광역의원 선거구를 획정하고, 광역의원 선거구 안에서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한다. 즉 기초의원 선거구를 조정하려면 광역의원 선거구가 먼저 결정돼야 하고, 이를 국회에서 결정하니 결국 국회만 바라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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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위원장은 "국회의원은 독립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하면서, 시·도의원은 국회에서 정하고, 도의회에서 기초의회를 정하게 만들어놨다"며 "지방자치가 국회에 농락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구 획정 원칙은 = 대부분 국가에서 '1인 1표의 등가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준으로 '인구 수' 또는 '유권자 수' 두 종류를 기준으로 사용한다. 한국은 미국·독일·프랑스 등과 마찬가지로 인구 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선거구 단위 표의 등가성 보장을 위한 장치로는 한국과 일본이 최대 : 최소 선거구 인구 편차 허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선거구 획정에서 인구 대표성 원칙도 중요하지만 행정구역과 지세·교통 등 전통적인 생활권 등도 고려한다. 이는 유권자들이 역사적으로 공유·발전시켜온 생활권을 임의로 분할해 당파적 이익을 취하지 못하게 하려는 '게리맨더링' 방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 기초의회 의원정수와 선거구 획정 기본 가이드라인까지 지방정부가 아닌 국회가 결정하는 중앙집중형 제도로는 게리맨더링 방지에 한계가 있다. 또한, 선거구 재획정 주기나 시점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아 후보자나 유권자의 예측을 어렵게 하고, 현직 프리미엄을 보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서울시자치구의원선거구 획정안 마련 공청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치구 선거구 획정 방안과 의원 정수 산정을 진행하고 나서 이를 토대로 더 나은 국회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회 논의 왜 미적대나 = 선거법에 따라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방선거 6개월 전인 오는 12일까지 시·도지사에게 획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 '선거구 획정 기준안' 논의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경남도선거구획정위원회도 지난달 한 차례 회의를 열었을 뿐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 정개특위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달 중 2차 회의를 소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전 사례를 볼 때 올해도 연내 선거구 획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06년 5·31 지방선거(3회)를 앞두고 2005년 12월 말에 조례가 의결됐고, 2010년(5회)에는 6·2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두고 의결됐다. 2014년 6·4지방선거에서도 2월에야 선거구가 결정됐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내년 기초의원 선거에서 2인 선거구제 위주로 치러질 우려가 크다. 광역의원은 선거구마다 1인씩 뽑는 소선거구제이고, 기초의원은 선거구마다 2~4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다. 2006년부터 중선거구제가 도입됐지만 다수당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2인 선거구를 늘려왔다. 경남은 2014년 당시 95개 시·군의원 선거구 가운데 62곳(65%)이 2인 선거구였다. 3인 선거구는 31곳, 4인 선거구는 2곳뿐이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기초의회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는 유능한 정치신인과 군소 정당이 의회에 진입할 기회를 가져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목적을 실현하려면 2인, 3인, 4인 선거구를 골고루 획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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