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이 좋지 않은 원인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보았습니다. 첫째는 벌레가 먹어 푸른곰팡이가 가득하거나 생산과 유통의 과정에서 섞어서 먹기가 곤란해진 '결점두'가 원인이었습니다. 둘째는 강하게 커피콩을 볶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벤조피렌'의 문제와 이에 수반하는 거부감 있는 탄 맛이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커피 맛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마지막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제대로 된 로스팅(Roasting)의 문제입니다. 벌레가 먹거나 섞은 '결점두'를 완전히 제거하고, '벤조피렌'이 발생하지 않도록 커피콩을 강하게 볶지 않더라도 이 로스팅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커피 맛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문제는 커피 업에 종사하는 커피 업계의 사람들, 커피를 소비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커피의 교육을 담당하는 학원 종사자들 대다수가 이 로스팅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하루 세 끼의 식사는 기본으로 거르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직접 조리를 해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하고, 돈을 지불하고 외부에서 먹기도 하지만 먹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직접 조리를 하건, 외부에서 먹던 구군가는 조리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조리 용기를 씻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일 것입니다. 찌개를 맛있게 끓인 냄비를 씻지 않고 6개월 내지 1년 동안 계속해서 사용한다고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눌어붙은 음식물 찌꺼기가 부패하거나, 곰팡이가 피기도 하고 갖은 상한 잡내가 냄비에서 발생할 것입니다. 우리가 커피콩을 볶는 로스팅 도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커피콩을 강한 열을 이용해 볶고 굽는 과정은 여느 조리 기구를 이용한 요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강한 온도의 열을 이용하고,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콩에서 발생하는 기름 찌꺼기를 감안한다면 보통의 요리보다는 더 위생적으로 신경을 써야만 깨끗한 로스팅이 된다는 것이 커피 맛의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필자는 오랜 기간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카페와 국내의 수많은 카페를 방문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무수히 많은 카페에서 로스팅 도구를 제대로 씻거나 청소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로스팅 도구를 청소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이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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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화용 소형 핸드 로스팅기.

더 놀라운 사실은 청소하는 이들도 매일이 아니라 아주 가끔씩 심지어는 몇 달에 한 번씩 청소한다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로스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위는 아예 청소하지 않은 채, 주변부만 청소하고 로스팅 도구의 청소를 완전히 끝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입니다.

독자 여러분, 조용히 눈을 감고 찬찬히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리워하는 소중한 누군가를 6개월 1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반갑게 조우하는 상황에서 상대가 해당 기간 동안 전혀 씻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나거나, 손만 몇 차례 씻고 온몸의 목욕이나 양치를 한 번도 하지 않고 나타나, 여러분 앞에서 다정하게 얘기하면서 몸을 비빈다면 여러분들의 기분을 과연 어떨까요? 아마 유쾌하지 못한 냄새가 진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역겨운 냄새만 참으면 독자분들의 건강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설거지하지 않고, 청소하지 않은 로스팅 도구의 더러움은 바로 독자 여러분들의 미각과 장기의 건강에 치명적인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절대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인 것입니다. 커피는 근사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기호 식품이지만, 청결한 위생의 상태가 건강에 직결되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너무나 많이 소비되는 주요한 음식이라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필자의 경우 커피콩을 볶는 로스팅을 할 경우, 매회 로스팅 도구를 깨끗하게 씻거나 적어도 하루에 한 차례 이상을 꼭 로스팅 도구를 설거지해서 항상 청결하게 유지를 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남들과 비교되는 깔끔한 커피 맛의 숨은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커피를 즐기는 이들 중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도를 넘어서는 커피 마니아라면 대부분 직접 커피콩을 볶는 로스팅에 도전하는 경우를 왕왕 목격하게 됩니다. 로스팅 도구의 재질과 형태 그리고 크기는 정말로 다양하며, 콩을 볶는 과정에서 강한 열을 발생시키는 열원도 다양합니다.

문제는 커피가 대중화되고 산업화 그리고 기업화되면서 커피콩을 볶는 로스팅 도구가 점점 대형화되어지고, 정밀한 첨단 기계화 되어 간다는 점입니다. 로스팅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커피 마니아라면 로스팅 도구의 가격이 몇 천만 원에서 억대를 넘어가는 고가의 도구가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구들은 그 크기도 만만치 않게 크지만 정밀하게 조립되어 청소를 위한 분해도 정말 어렵게 되어 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입니다. 밥을 짓는 전기밥솥의 크기가 수박 정도의 크기인 경우와 1t 트럭 정도의 크기인 두 가지가 존재한다면, 후자가 설거지가 훨씬 힘이 들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커피를 볶는 로스팅의 영역에서 만나는 많은 커피 업계의 종사자들과 커피 마니아들은 이 로스팅 도구의 청소와 설거지 문제는 크게 중요치 않게 생각하거나 설거지와 청소의 문제에 대해서 중요한 인식 자체가 없다는 것이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커피의 구린내와 깔끔하지 못한 텁텁한 맛의 주요 원인은 바로 이 청소하지 않는 로스팅 도구에 남아있는 커피콩의 기름때가 신선한 커피콩을 볶는 과정에서 커피콩에 눌어붙어서 생기는 잡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아무리 첨단의 로스팅 도구라도 설거지하지 않고, 청소하지 않는다면 그 위생이 문제가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일 것입니다.

아무리 고가의 로스팅 도구라도 설거지하거나 청소하기에 부적합하거나 불가능하다면 이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직접 커피콩을 볶는 로스팅 과정에서 최대한 크기가 작고, 분해해서 설거지와 청소가 용이한 도구들을 평소에 사용합니다.

첨부한 사진은 필자가 직접 휴대용 가스버너에 드릴로 구멍을 내어 만든 '직화용 소형 핸드 로스팅기'입니다. 보기에는 조그마한 장난감 같아 보이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로스팅 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극강의 맛을 내는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일상에서 즐겨 마시는 경남도민일보와 피플파워을 아껴 주시는 독자분들께서 평소에 접하는 커피 맛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맛이 없다고 느끼신다면, 혹시 로스팅 과정에서의 위생과 청결 그리고 설거지와 청소의 문제가 없었는지를 한 번 정도는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커피 생활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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