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경남 여성인재 활용하는 전문 기관으로 나아갈 것"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경남새일센터)가 10주년을 맞았다. 2007년 7월 '경남창원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로 문을 연 경남새일센터는 경남 대표 여성취업지원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성친화일촌기업에 1299개 업체가 참여했고, 10년 동안 구인 5만 1515건, 구직 6만 737건, 취업 3만 2164건의 성과를 이뤘다. 지난해에는 전국새일센터 여성가족부 사업평가에서 'A' 등급을 받기도 했다. 경남새일센터의 눈부신 성장 스토리를 듣고자 10년간 센터를 이끌어온 정성희(42) 센터장을 만났다. 사무실에서 만난 정성희 센터장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내일이 빼빼로 데이래요"라며 빼빼로를 건넸다.

10살 경남새일센터 성과는 '높아진 위상'

경남새일센터의 전신인 경남창원여성희망일자리지원본부는 창원산업단지에 원스톱(ONE-STOP) 여성 취업 지원본부를 설치해 여성 구직난과 중소기업 인력 부족을 해결하고자 만들어졌다. 산업특성별 기업 수요에 적합한 경력단절 여성을 취업 지원하고, 여성 친화적 기업문화 조성해 국가 성장 동력으로서 여성 인력을 양성하고,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경남창원여성희망일자리지원본부는 2009년 경남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2010년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로 명칭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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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희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 센터장. / 김구연 기자

경남에는 경남새일센터 외에도 창원, 마산, 김해, 김해동부, 진주, 양산, 거제 새일센터가 있다.

경남새일센터는 2009년 여성가족부의 공동협력사업으로 '고용환경개선사업'을 시행, 우수사업으로 선정됐다. 폴리텍대학과 연계한 여성 전국기술 교육과정(특수용접, CNC 등)은 전국 사업으로 확산했다. 2011년에는 일-가정 양립 기업문화를 조성하고자 진행한 '퍼플잡 확산캠페인'으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매년 지역 맞춤형 일자리창출지원사업 우수등급을 받았고, 특히 2015년 '중소기업 솔더링 여성기능인력 양성과정'은 취상위 등급인 'S' 등급을 받기도 했다.

정성희 센터장은 지난 10년간 가장 달리진 점은 높아진 '경남새일센터' 위상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지역 사회에 경남새일센터에 대한 믿음을 쌓았다는 점입니다. 센터 초창기에는 우리가 시설개선 등 기업지원서비스를 지원하려 해도 참여를 유도하느라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기관을 통해 여성 인력을 고용한 기업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취업한 경력단절 여성들이 직무에 맞게 업무를 잘 수행하니 센터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여성 인력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졌다. 특히 10년 전만 해도 40대 이상 여성 인력은 면접도 보지 않는 기업이 대다수였다. 경남새일센터 설득으로 경력단절 여성을 고용한 사업장에서 호응을 보이자 기업들 사이에서 선입견이 많이 줄어들었다.

'기업 맞춤형 인력 연계' 전략 적중

경남새일센터 10년은 정성희 센터장의 지난 10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출범 6개월 만인 2008년 2월 2대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전국 154개 센터장 중 가장 오랫동안 센터를 이끈 수장이면서 동시에 경남새일센터 성장 과정을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하다.

특이점은 그의 전공 분야다. 대부분 센터장을 비롯한 새일센터 직원들이 사회학, 여성학 전공자인 것과 달리 정성희 센터장은 경영학 박사(경영정보시스템(MIS) 및 경영전략)다.

"센터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다른 직원들과 시각이 달랐던 것 같아요. 기업 입장에서 기업이 여성을 채용할 때 어떤 지원을 해주면 좋을지를 생각했습니다. 한 예로 고용환경개선사업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지역 내 기업에는 여성을 위한 전용 편의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업에서 여성들이 더 편안하게 일할 수 있고, 기업이 조금 더 쉽게 여성 직원을 고용할 수 있게끔 휴게실, 탈의실, 사물함 등을 지원했습니다. 이 사업은 전국 모델로 확산하기도 했습니다."

'기업적 시각'을 유지하고자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한 기업체 대표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기업 수요를 빠르게 파악하는 전략은 구직-구인 매칭률을 높였다.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구할 수 있고, 여성도 업무와 회사에 빠르게 적응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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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희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 센터장. / 김구연 기자

정성희 센터장의 경영 마인드는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2009년에는 사회적 기업 반찬가게를 운영했는데 2년 동안 모인 수익금인 8000만 원이다. 수익금 전액은 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경남새일센터 창업과정 수료자들이 직접 창업한 구체관절인형 협동조합 '아이사랑 공방'은 기획재정부 홍보물에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는 경력단절 예방 사업을 진행하며 전국 최초로 '경력단절 예방 지도사 양성과정'을 열었다. 이 과정 수료자들은 경력단절 예방 민간자격증을 발급받아 기업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일-생활 양립 균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교육하는 강사나 효과적인 여성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활동가로 활약할 수 있다.

"한 해 한 해 성장하는 새일센터 보며 보람"

누구보다 열정적인 정성희 센터장이지만 처음 센터장(당시 본부장)으로 취임할 당시 2~3년 정도만 근무할 생각이었다. 원래 그의 꿈은 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었다.

하동이 고향인 그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창원에 왔다. 1998년 IMF 직후 대량 실업 사태에도 창원의 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때 정규직에다 임금이나 복지 수준은 정말 좋은 편이었어요. 그런데 저를 이름이 아닌 '정양'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런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기업문화에 큰 실망을 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퇴사 후 거창전문대학 조교로 근무하며 창원대에서 경영학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한 정성희 센터장은 경남발전연구원에서 경남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 전문위원으로 근무했다.

몸은 연구원에서 있지만 대학 강단에 서고 싶다는 열망은 계속됐다. 본부장 제의를 받은 것은 대학으로 옮기고자 연구원을 그만두고 논문을 준비하던 때다.

"지금은 센터장 요건이 조금 완화됐지만, 당시 본부장 자격 요건은 박사학위에, 관련 경력이 5년 이상 등 꽤 까다로웠거든요. 본부장 자격요건이 되는 사람이 없어 제가 추천을 받았는데 그때는 여성 취업을 지원하는 일이 이렇게 많고 힘든지 몰랐었죠."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본부장을 맡아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열정 하나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고,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직원들과 협력해 다수의 전국 시범사업과 우수사업을 만들어냈다.

경남에서 여러 시범사업과 우수사업을 기획하고 그 사업이 전국사업으로 뻗어가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는 정성희 센터장. 그는 본부장으로 취임한 지 2년 만인 2009년에는 일자리창출지원 분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대학의 꿈을 접은 상태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여성 취업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경남새일센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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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에 진행된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일-가정양립 실천 확산을 위한 설명회. /경남도민일보 DB

"새일센터 양적 확대보다 질적인 도약 필요"

센터를 운영하면서 마냥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가장 속상한 것이 고생하는 직원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할 때라고 했다.

"우리 직원들이 정말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 데도 타 일자리 기관과 비교하면 처우가 열악합니다. 어느 부처에 속해있느냐에 따라도 임금 격차도 크고, 각 센터도 어디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보상도 다 달라요. 우리보다 실적이 낮은 센터들이 지자체 지원을 받아 훨씬 높은 임금을 받을 땐 힘이 빠지기도 하죠."

경남새일센터는 경력단절여성 취업지원과 사후관리, 경력관리에 더해 경력단절 예방사업, 여성 창업 사업을 확대했다. 더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고 싶지만 따라주지 못하는 여건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양적으로만 확대하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지난 10년 새일센터는 양적으로 늘어났지만 새일센터만의 정체성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교육해 자신의 경력을 이어가거나 새로운 경력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새일센터의 주요 역할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취업률이라는 양적 평가 비중이 커지면서 청년, 다문화 여성 취업으로 사업 대상은 확대하고 있으나, 정작 일자리 질을 높이거나 사후관리를 위한 노력이 저평가받고 있어요. 10주년을 맞아 사업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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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희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 센터장. / 김구연 기자

양질의 여성 일자리·여성 인적자원 발굴 기관 목표

10년 동안 경남의 여성 일자리를 고민한 정성희 센터장은 가장 안타까운 점으로 '여성이 안정적으로 일할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경남은 조선, 중공업, 방위산업, 자동차, 기계 등 남성 중심 제조산업이 발달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새롭게 일을 시작하려면 일반사무직, 판매직 아니면 생산직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남 특성상 다양한 전문직종이 적어 여성들이 본인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는데 새로운 산업, 다양한 직종을 발굴해 경남 여성들에게 필요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성희 센터장은 여성이 선호하고 잘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자 통계조사원, 사회조사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특히 이 교육 과정을 진행하면서 조사원이라는 직업이 여성에게 잘 맞고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남새일센터는 앞으로 여성이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일자리 분야를 발굴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10년을 맞은 경남새일센터의 과제를 물었다.

"10년을 뒤돌아보니 이룬 것은 많지만 크게 도약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경남새일센터 10주년이 전환기가 되기를 바라고, 이번 기회로 경남새일센터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경남새일센터는 여성취업지원 기업이지만 경남지역 여성인재를 DB화해 관리하고 여성인적자원 활용 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나아가겠습니다."

올해 예쁜 딸을 얻은 정성희 센터장은 인터뷰 중 "퇴근 후 다시 출근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라고 털어놨다. 누구보다 경력단절 여성, 직장맘 마음을 잘 알겠다는 정성희 센터장. 그의 바람처럼 경남에 남녀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일-생활 균형 문화가 꽃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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