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도의회에서 열리는 내년도 예산 심의의 최대 쟁점은 아직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은 학교 무상급식 분담비율이다. 도와 도교육청이 거덜나다시피 했던 경남의 학교 무상급식을 바로 세우려고 그동안 여러 차례 협의회를 가져 이견을 좁혀간 끝에 도 지원금 분담액을 20%로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교육청과 시군이 각각 40%씩을 부담키로 합의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현재 그 합의안이 의회에 제출된 상태인데 의회의 입장은 달라 도의 분담률을 10%로 낮추어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어 말썽이다. 의회가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면 도와 도교육청의 합의안은 무산될 처지에 놓일지도 알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도교육청이 나머지 10%를 더 안아야 하고 자체 예산 사정으로는 감당키 어려워진다.

도의회도 원칙 선에서는 급식 정상화에 입장을 같이한 지 한참 지났다. 그런데도 내년 6월 도지사와 교육감 선거 이후 새로 선출된 도지사가 분담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혼란이 가시지 않는다. 의회가 왜 그런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학교 무상급식에 관한 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를 갖지 않고서는 달리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경남도가 지원금을 끊었을 당시 의회는 다수 여당세에 힘입어 도의 방침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는가 하면 정권이 바뀐 후에는 방향을 틀어 오히려 급식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역할 제고를 강조한 전력을 숨길 수 없다.

의회가 정치적 셈법으로 그런 견지를 펴는 것이라면 지난 수년간 고통받아온 경남의 학부모나 학생들을 두 번 울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당초의 급식 중단 사태가 잘못됐다는 걸 뒤늦게라도 통찰했다면 앞장서 원위치를 선도하지는 못할망정 뒷덜미는 왜 계속 붙잡고 늘어지는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다. 도와 도교육청의 합의를 존중하는 그것만으로도 급식정책과 관련되어 빚어진 도민 불이익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의회는 차제에 신뢰회복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자세로 예산심의에 나서 잃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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