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 사업, 가디언 "쓸모없는 사업"
젖줄로 간직하려면 흐르게 하는 것뿐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을 실천하겠다며 4대 강 16개 보 중 일부 보의 수문을 개방한 것이 지난 6월 1일이다. 금강의 공주보와 영산강의 죽산보에 이어 낙동강은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4개 보가 선택돼 수문을 열고 물을 흘려보냈다. 물론 전면 개방은 아니다. 보의 수위를 약간 낮추는 부분 개방이었으나 그 후 3개월간 모니터링을 해본 결과 그 정도 개방으로도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 발생 개체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조사보고가 나왔던 기억이 난다.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효과가 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에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진 것은 어쩔 수 없다. 강의 자연치유력을 재생시키는 길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생각, 즉 강물의 흐름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유일한 자구책은 보를 해체하는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본질론이 공감을 얻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 여론에 귀를 닫지 않았던 덕택인지 겨울로 접어들어 보에 저장된 물을 계속 빼내는 후속조치를 목격할 수 있었다. 수위를 조금 더 낮춰 유수량을 그보다 더 늘리면 강물은 한결 깨끗해지지 않을까, 아울러 강의 생태계가 살아나서 건강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물 따라 함께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소리로는 못 듣는 낙동강의 비명이 그로써 좀 사그라질 수 있을지 알 수 없기는 하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적으로 모자이크하는 수고를 사양치 않는다면 그러나 그 기대는 신뢰할만한 것이 못된다는데 방점을 찍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경우의 실망지수가 소개되고 있지만 그중 가장 잔인한 가상 비극은 한번 무너진 생태계는 여간해선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연의 하느님은 인간의 만용을 쉽게 용서치 않는 고집스러운 존재로 각인된다.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을 이름 딴 환경이론이다. 인간만물에게 끊임없이 산소를 공급해주는 구원의 순환체계라고나 할까. 상징적 가설이긴 하나 자연이 가진 오묘한 자기정화력을 잘 설명해준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답던 강변 환경이 인위적 공간으로 훼손되고 고운 모래결이 숨 쉬던 자연친화적 강바닥은 뻘창으로 변해버린 낙동강, 거기에도 가이아는 손을 내밀고있을까. 녹조로 물이 썩어 자생어종은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고 실지렁이나 깔따구가 들끓어 마시는 게 다 무언가, 농업용수로 쓰기조차 주저되는 지경인데 대관절 얼마만큼의 산소를 보내주어야 강이 숨 쉬고 있다는 기미라도 알아챌 수 있을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가이아의 자정능력을 최대화시켜 낙동강을 우리의 젖줄로 간직하려면 물을 흐르게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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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력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지면을 통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세계의 애물단지 건축물로 한국의 4대 강 사업을 꼽았다. 혹자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고 신문 자체의 편집방향에 의해 논점이 왜곡될 염려가 없지는 않으나 결과적으로 보로 인해 물이 갇히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빚어진 반환경성이 지구촌 곳곳에 알려졌고 드디어 돈만 먹는 하마로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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