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민 무주택자에 100만호 공급"
주거보조금제, 소득 하위권 확대해야

정부가 11월29일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청년에 30만 실, 신혼부부에 27만 호, 고령자에게 5만 호, 저소득 취약계층에 41만 호 등 서민 무주택자들에 대한 공적 임대와 공공분양 '100만 호 공급확대' 정책이다.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이 공급자 위주 정책에서 수요자 중심의 종합적인 지원과 사회통합형 주거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로드맵에는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같은 핵심적인 세입자 보호대책이 빠졌다.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만으로 서민 주거 복지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서민주택 공급을 늘리는 로드맵은 시간과 재원이 많이 드는 중장기 정책이다. 또한,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해도 다수 주택 전·월세 세입자들은 여기에 입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양가와 전월세가 시세의 80%라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집값으로 저소득 서민으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다. 수도권에 그린벨트를 풀어 서민용 주택 공급을 늘리면 수도권 인구가 늘어나 중구나 강남구 등 서울 중심지의 부동산가격을 끌어올려 토지 주택 소유자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다.

세입자들은 지금 당장 높은 집값과 전·월세 부담으로 힘들어한다. 통계청의 '2016년 주택소유통계 결과'에 의하면 임차가구는 44.5%나 되고,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한 가구는 289만 3000가구로, 전년보다 16만 8000가구 늘어났다. 등록 임대주택은 15%에 불과하고, 대략 513만 가구가 임대료 폭등이나 계약 단절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세입자 가구 3곳 가운데 1곳은 월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내고 있고 전·월세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은 약 3.5년으로, 10.6년인 주택 보유자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부동산 가격은 그 부동산에서 얻는 소득에다가 미래의 소득상승 기대치를 현재가치로 계산한 것이다. 현재와 미래의 부동산소득 즉 지대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소득 즉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지 않으면 토지와 주택가격 안정을 바랄 수 없다. 그런데 주택임대료 즉 지대는 단순히 공급과 수요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택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세력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임대인은 소수라서 담합하기 쉽고 또 주택을 임대하지 않고 공실로 비워둘 여력이 있는 데 반해 임차인은 뭉치기 어렵고 집을 구하지 못하면 한데 나앉아야 하는 처지에 있어서 교섭력 면에서 주택임대인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차료의 과도한 인상 억제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도 주택 전·월세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지대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이다. 현재는 주택 임대차기간을 최소한 2년으로 하고 있는데 2년 동안에는 계약한 임대료만 내면 되지만 다시금 계약하려고 할 경우 임대인이 임대료를 인상하려고 할 때 전혀 대항할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도를 시행하려면 임대인 등록을 전제해야 한다. 정부는 인센티브를 줘서 자율등록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 2주택 보유와 연간 2000만 원 이하 임대소득 등 생계형 임대소득자도 반드시 등록하도록 하고 2019년까지의 유예기간 후에는 세금을 부과해야 할 것이다.

장상한.jpg

주거보조금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주거복지 로드맵에 의하면 주거급여는 2016년 말 81만 가구를 지원했으나, 소득인정액 기준을 중위소득 45%로 확대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2021년부터는 55만 가구 늘어난 136만 가구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임세희 서울사이버대 교수의 2016년 발표논문에 의하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전체 가구 가운데 13.3%에 이른다. 지하, 반지하, 옥탑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가구도 3%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소득이 최하위권인 월세 거주 노인 가운데 26.6%는 정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주거급여를 주거보조금으로 개편하고 기초생활보호 수급자를 넘어 소득으로 최저 주거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모든 가구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