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연세대 교수 분석 탈핵·탈송전탑 투쟁 주도 정의실현 '능동적 주체'로

'밀양 할매'는 탈송전탑, 탈핵 운동에서 수동적 존재가 아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능동적 주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연세대 국학연구원은 지난 2일 연세대 문과대학 100주년 기념홀에서 '밀양 탈핵·탈송전탑 운동의 기억과 공동체'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이번 학술회의는 국학연구원 산하 동아시아고전연구소와 비교사회문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김영희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밀양 할매 투쟁 구술조사를 바탕으로 한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의 젠더 공동체와 기억 서사를 바탕으로 '밀양 탈송전탑·탈핵운동 주체로서의 여성-밀양 할매와 여성 연대'를 발제했다. 그는 밀양 할매가 보여준 탈핵, 탈송전탑 운동은 기존 남성 네트워크로 이뤄진 반대 운동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밀양 할매는 밀양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된 탈송전탑, 탈핵 운동의 핵심 표상 중 하나며, 표상에는 여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탈핵이라는 핵심가치와 더불어 '남성'이 주도한 운동이 아닌 할매와 연대한 '여성'이 추구한 탈핵운동이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11월 30일 밀양역 광장에서 열린 '밀양희망버스 문화제'에서 밀양송전탑 공사현장 인근 마을 할머니들이 합창공연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김 교수는 밀양 할매는 외부인과 연대하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발언하며 스스로 만들어 낸 담론장에서 투쟁해왔다고 봤다. 그는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쌓아온 포용력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의지, 싸움을 주저하지 않는 용기, 생명과 삶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에 감동했다"며 "외부에서 참여한 여성연대자와 관계에서도 도움을 받는 수동적 지위가 아닌, 운동을 주도하는 주체적인 위치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 밀양 할매가 보여주는 연대 관계는 기존 농촌지역 마을공동체에서 흔히 발견하는 남성 네트워크와는 달랐다고 평했다. 초기 송전탑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남성들이 정치적, 사회적 지위 확대나 보상을 받으며 떠난 것과 대조적으로 동원 대상일 뿐이라 여겼던 여성들이 여전히 반대 운동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밀양 할매로 표상되는 여성연대는 남성 네트워크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됐다. 국내 사회·정치적 장에서 여성이 지닌 젠더 위계 상 위치를 공유하고 있었다"며 "서로 지배하거나 통제하는 관계, 나이 등을 통한 위계관계가 아니라 서로 격려하는 새로운 연대 관계를 형성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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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0주년 기념 문화제가 26일 오후 6시 부터 밀양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서 열렸다./경남도민일보DB

저항 주체로서 여성의 모습은 사회 구성원이자 문제 해결자, 사회 저항운동의 주체로서 스스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가족을 위해 운동에 나선 것이 아닌,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불의에 맞서고자 운동에 나선 것에 대해 "아내, 엄마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싸움이 진행되거나 연대가 이뤄지는 현장에서 밀양 할매는 오로지 '나'로 존재하고 사회 문제 당사자이자 해결 역량을 지닌 주체로 활동했다"고 풀이했다.

이날 이계삼 765㎸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밀양 탈핵탈송전탑 운동의 전개와 공동체 현황'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사무국장은 △밀양송전탑 투쟁 경과 △국가가 행한 폭력 △밀양 주민들 현재와 정서 등을 설명했다. 또 발표와 토론을 통해 밀양 탈핵 운동의 정당화 담론, 공동체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밀양 탈핵 운동 등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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