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보존 필요성' 제기·창원시 동네서점 살리기에 헌책방 제외

지역 대표 헌책방인 영록서점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하면서 헌책방을 살리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내 헌책방인 영록서점은 박희찬 대표가 지난달 23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현재 운영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지난 29일 찾은 영록서점은 유리로 된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빛바랜 유리창 너머 책방 내에는 손때 묻은 중고서적뿐만 아니라 LP판과 비디오·카세트테이프가 어지럽게 방치돼 있었다. 책방을 인수할 마땅한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들 서적과 자료는 고스란히 폐기된다.

이날 문 닫은 사실을 모르고 책방을 찾은 손님과 인근 상인은 서점 운영 향방이 불투명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헌책방 보존 필요성을 제기하며 나아가 지역 헌책방을 부활시킬 수 있는 대책을 지자체 차원에서 고민할 것을 요구했다.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내 영록서점. 지난 23일 박희찬 대표가 세상을 떠나면서 현재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문정민 기자

오동동에서 종이사전을 사러왔다는 50대 시민은 굳게 닫힌 책방 앞에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평소 영록서점을 종종 찾는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걸 헌책방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서민을 위한 이 공간이 없어지면 무척 서운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자문을 찾으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있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헌책방에는 낭만과 추억이 있다. 소장 가치가 큰 중고서적도 많다. 역사 기록창고나 다름없다"며 "영록서점뿐 아니라 사라질 위기에 처한 헌책방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창원시는 현재 동네서점을 살리고자 '지역서점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 시행해 현재 48곳이 인증받아 운영 중이다. 관내 도서관은 인증받은 서점에서 책을 우선 구입한다. 하지만 인증을 신청할 수 있는 조건에는 관공서에 '신간'을 공급할 수 있는 서점이어야 한다.

헌책방은 인증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 스스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지역 헌책방을 운영 중인 한 주인은 경영 어려움에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예전에 하루 10명 이상 찾던 손님이 현재 2명 수준으로 확 줄었다. 목돈을 들여 사온 책도 빨리 나가지 않으니 운영 자체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함께 다각도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영록서점이 이대로 사라지면, 창원지역 내 헌책 서점은 마산합포구 중앙동 '마산헌책방'과 진해구 여좌동 '진해헌책방' 두 곳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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