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하고 조용하지만 개성있는 공간
인테리어·아기자기한 소품 눈길 머물러
바쁜 생활 속 소소한 여유 느낄 수 있어

추운 겨울 옹기종기 모인 온기가 그립다면 왁자하고 큰 카페보다 주택가 작은 카페에 가보는 건 어떨까요. 유희진 인턴기자가 창원 사림동, 용호동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작은 카페 두 곳을 찾아냈습니다. 카페 주인의 개성이 그대로 담겨 있어 더욱 정겨운 곳이네요.

◇지나가다 불쑥 들어가 보게 되는, 사림동 '정애 가게'

열을 품은 난로 때문일까. 4평 남짓한 공간은 온기로 그윽했다. 난방이 돌아 따뜻한 바닥은 그냥 앉아도 괜찮다.

창원 사림동의 한 주택가. 뜬금없이 카페가 하나 생겼다. 주택을 개조한 것 같은 생김새에 간판은 없다. 자세히 보니 나무 상자에 '정애 가게'라고 작게 적혀 있다. 정애 가게는 8명이면 꽉 차는 작은 카페다.

창원 의창구 사림동 정애 가게.

"어디서 오셨어요?", "커피 더 드릴까요?", "쿠키 좀 드릴 테니 차랑 같이 드세요."

주인인 정애 씨는 손님마다 한마디씩 건넨다. 부산에서 왔다는 손님에게는 창원의 집, 미술관 등 관광지도 추천해줬다. 어느샌가 정애 씨를 중심으로 편하게 이야기가 오갔다.

정애 씨는 사실 카페를 할 생각이 없었다.

"친구들이랑 먹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곳을 빌렸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닫힌 공간이 되는 거잖아요. 좋아하는 커피라도 팔아보자 해서 카페를 열었죠."

난로의 석유 냄새와 주전자 끓는 소리가 바야흐로 카페 분위기를 더한다. 찬찬히 가게를 둘러본다. 평범한 머그잔은 흙이 담기고 나뭇가지가 꽂혀 독특한 화분으로 태어났다. 못생긴 티슈 갑은 손수건으로 감싸졌다. 감각적인 실내장식은 모두 정애 씨 아이디어다. 자질구레한 소품은 여행을 하며 하나씩 모은 것이고, 식물도 집에서 키우던 것을 데려왔다.

창원 의창구 사림동 정애 가게.

"'내가 가진 거에서 이 공간을 채워보자'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통유리 앞 자리다. 손님 사이에도 가장 인기가 있다. 가만히 앉아 바깥 풍경을 감상하기에 딱 좋다.

"용호동에 살 때 이 길을 자주 지나다녔어요. 당시 이곳에서 뭘 하는지는 몰랐는데, 매일 밤마다 커튼 쳐져 있고 그 사이에 불빛이 조금씩 나왔었어요. 알고 보니까 가죽공방을 하던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되게 독립적이고 예쁘다고 생각했었어요."

문을 연 지 2주밖에 안 됐지만 벌써 소문을 탔는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카페는 이미 만석, 추운 날씨를 뚫고 오는 손님에게 미안하지만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밀려드는 손님에 정애 씨는 아직 정신이 없다.

"가볍게 커피나 차를 드시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막 개업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찾아 와 머물다 가기 어려울 때가 잦아요. 그래도 주민들이 지나쳐가다 기억하고 찾아오시기도 해요. 그럴 때 아주 감사하죠."

6명의 할머니가 단체로 오신 적도 있다. 주인집 할머니께서 경로당 친구분을 데리고 오신 거였다.

"유모차 문 앞에 주차하시고 들어오셔서 쪼르륵 앉아계셨거든요. 실례일 수도 있지만, 그게 너무 귀엽다고 해야 하나. '여한이 없다' 이러시면서."

지금은 차와 커피를 파는 형태지만, 한 달 한 번 정도는 친구와 함께 '노는 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또 꽃도 좋아해 세미나를 열면 어떨지에 대한 생각도 가지고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 용호동 '작은 오, 후'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하게 됐지만, 딱히 걱정은 없어요. 그냥 재밌게 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기 때문이죠. 바닥 전기료는 조금 걱정이에요. (웃음)"

'작은 오, 후'는 테이블이 4개뿐인 작은 카페다. 지난 8월, 김경리 씨는 창원 용호동 한편에 카페를 차렸다. 세로로 길쭉한 이곳은 원래 10년간 배달만 하던 중국집이었다.

작은 오, 후의 뜻은 오후에만 잠깐 문을 연다는 의미다. '정오에 열고 해 질 녘에 닫는다'라는 소개가 인상깊다.

'오 하고 쉼표(,) 찍고 후거든요. 쉬었다 가시라는 뜻도 있고, 저희 아들 이름이 후거든요. '저도 잘 쉬고 후에게 갑니다'라는 뜻도 있죠."

카페 다니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주부였던 경리 씨는 지난여름, 국비 지원을 받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동시에 가게도 준비하게 됐다.

창원 의창구 용호동 작은 오,후

"(건물)계약하고 4, 5개월 정도 준비만 했어요. 가게도 꾸미고, 커피도 더 배운다고요."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실내장식에 신경 쓴 게 눈에 보였다. 주방 기구와 선반같이 큰 물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리 씨의 손을 거쳤다. 천장을 멋스럽게 장식한 흰 천도 경리 씨가 직접 건 거라고 한다. '축 화혼'이라 적힌 오래된 거울과 옛날 문짝, 무궁화 그림도 눈에 띈다. 한국적인 느낌을 그대로 지닌 물건이다.

"거울은 부모님이 결혼할 때 친구들이 결혼 기념으로 준 선물이에요. 저희 집에 항상 있던 건데, 이리저리 거쳐 여기로 왔죠. 문짝은 고택에서 뜯어왔어요. 철거 예정인 고택에서요. 어차피 버릴 건데 아깝잖아요. 무궁화 그림은 길에서 주웠어요."

가게 한쪽에는 귀걸이와 컵, 수저, 그릇 등이 진열돼 있다. 친언니가 운영하는 패브릭 쇼핑몰의 옷도 옷걸이에 걸려 있다. 단순한 실내장식인 줄 알았더니 직접 파는 거라고 한다. 마치 소품숍에 온 거 같다.

"그냥 오면 심심하잖아요. 저도 카페에 다녀보니까 볼 게 있는 게 좋더라고요. 또 제가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좋아해요. 한 번씩 물건 들어오면 구경하고 사러 오는 분도 있어요."

카페는 저녁이 되면 문을 닫는다. 그때 비는 공간이 아까워 저렴하게 대여도 한다. 밤이 되면 조명 덕분에 더 예쁘다고 하니 소모임, 각종 파티를 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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