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해결 에너지 '핵융합' 부상
기술 앞선 한국…지속적 관심·지원 필요

21세기 말에는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지금보다 3배 이상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화석 연료는 온실가스 발생과 자원 고갈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의 화석 연료를 완전 대체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세계의 선진국에서는 온실가스에 따른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과 충분한 에너지원 공급을 단번에 해결해줄 방안으로 핵융합이 연구되고 있다.

태양의 중심은 1500만 도의 초고온 거대 플라스마 덩어리이다. 플라스마란 고체, 액체, 기체 상태에 이은 제4의 물질의 상태로 초고온 상태에서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태양의 중심에서는 가벼운 수소가 매우 빠르게 움직이다가 다른 수소와 충돌하여 합쳐져서 무거운 헬륨으로 바뀐다. 이 수소원자핵들의 핵융합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엄청난 에너지의 극히 일부가 지구가 지표면 온도를 유지하고, 생물들이 살아가는 데 제공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핵융합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미래 에너지 소비량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생산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핵융합이 실용화되면 바닷물 1리터로 석유 300리터만큼의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다. 태양은 수소의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핵융합 에너지를 '인공태양'이라고도 한다.

핵융합의 큰 장점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발전 비중이 아주 큰 원자력발전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다. 무거운 방사성 원소에 고속의 중성자를 충돌하면 쪼개져서 새로운 방사성 원소로 변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내어 놓는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물을 끓이고, 그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다.

이 때문에 사용 후 핵연료와 같은 방사성 물질의 처리가 큰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핵융합은 이와는 달리 수소처럼 가벼운 원소를 융합시켜서 다른 원소로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핵융합 반응에 주로 이용되는 물질은 중수소와 삼중수소이다. 핵융합의 결과 만들어진 원소는 방사성을 띠기는 하지만 원자력 발전과 비교해 0.04% 정도인 극히 소량의 중·저준위 폐기물만 발생하는 정도이다. 이마저도 10년에서 길어도 100년 이내에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또 연료공급이 중단되면 1~2초 내에 운전이 자동 정지되므로 폭발이나 방사능 누출 위험도 없어서 안전성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인공 핵융합반응에서는 일억도 이상 온도를 유지시켜야 반응이 지속할 수 있다. 핵융합방식은 자기장으로 플라스마를 가두어 두는 토카막방식과 관성 가둠 핵융합 방식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일억도 이상의 고온을 유지하려면 벽이 녹거나, 온도가 내려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고온의 플라스마를 자기장으로 감싸서 다른 물질에 접촉되지 않도록 하는 토카막 방식이다.

1985년 미국, 소련, 일본 등의 정상이 핵융합 에너지의 공동 개발에 동의하여 ITER협정을 맺고,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핵반응로 건설을 시작하였다. 여기에 2003년 한국, 2005년 인도가 가입하여 현재는 미국, 일본, 러시아, 우리나라, 인도, 중국 6개국과 EU 등 35개 국가가 인력과 비용을 공동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KSTAR 핵융합로에서는 토카막을 사용하여 연구하고 있다. 이 장치에는 니오븀주석(Nb3Sn)합금이라는 초전도 선재를 사용하여 다른 나라보다 자기장 정확도가 10배 높은 연구 성과를 올려서 플라스마 운전 70초 벽도 이미 돌파하였다. 늦게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한국은 기술로서는 이미 앞서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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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의 역사는 에너지와 같이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핵융합은 기술만으로 무한 청정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핵융합로를 건설할 꿈의 과학 기술을 개발하고, 장시간 운전할 수 있는 고성능 운전 기술을 확보하여 핵융합 발전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려면 계속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혜안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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