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풍년', '스스로 적폐가 되고 있다'.

충격적인 발언은 최근 잇따르는 거제 정치권의 불미스러운 사건과 관련해 시민 반응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들은 것이다.

7대 거제시의회 개원 3년 5개월 동안 도덕적 해이는 계속됐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발생한 탓에 소문만 돌고 시간 속에 묻혔지만, 이번에는 많은 의원이 줄줄이 구설과 의혹에 연루되면서 이들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월 말에는 '조폭 정적 사주건'에 시의원과 지역 정치인들이 연루되면서 금품수수 의혹을 받았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0월에는 모 의원이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9월에는 무면허 운전을 하던 시의원이 적발돼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앞서 또 다른 의원이 역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고, 심지어 공무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은 의원은 공무집행방해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전임 의회 의장 선출과정에서 현직 시의원에게 금품이 제공됐다는 전단이 배포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확인 안 된 소문 또한 적잖이 떠돌고 있다.

의회는 시정 견제를 위해 시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사실 이들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느슨하다. 때문에 유혹에 빠지기 쉽고, 결국 도덕성과 청렴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권력은 부패할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견제하고 다잡고자 윤리특위를 통해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역대 거제시의회에서는 한 번도 구성된 적이 없다.

그나마 최근 시의장이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12월 정례회에서 윤리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례가 없었던 윤리특위인 만큼 이 또한 논란이 예상된다. 누구를 대상에 올릴지, 기준 시점을 언제로 할지, 누가 위원이 될지 등 많은 변수 탓에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잠시 비만 피하자는 생각으로 반성하는 시늉만 내고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일은 거제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다른 시군의회도 상황은 비슷할 거라 짐작한다. 그래서 도민 시선도 집중되고 있다. 특히 거제 시민들은 앞에서 밝힌 것처럼 정치인이 지역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조선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정치인들의 추태를 용서할 만한 너그러움은 더는 없어 보인다.

유은상.jpg

재발을 막으려면 이번 기회에 곪은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그 아픔도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 제대로 된 엄정한 잣대와 기준을 만들어 다음부터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면 이번 의회는 그것만으로 충분히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일에는 때가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동안 할 일이 많겠지만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번 기회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더 큰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지방선거가 이제 반년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