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11'의 형상 그대로 나란히 아니면 마주보고 서 있는 듯한, 옷 다 벗고 선 듯한 나무 두 그루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수수 낙엽이 떨어져 쌓이는 가을날 한 스님이 운문(雲門·864~949) 선사에게 묻습니다. "나뭇잎이 시들어 바람에 떨어지면 어떻게 됩니까(樹凋葉落)." 선사가 답합니다. "나무는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나고 천지에는 가을 바람이 가득하지(體露金風)."

그 문답 중 '體露金風'의 뜻은 필자를 중년이 넘는 나이 때까지 오래 '오묘 접근 금지' 식으로(?) 불해(不解) 골탕을 먹게 했습니다. 특히 '金風'을 노란 은행잎이 지게 하는 바람쯤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게 하는 오의(奧義)를 숨겼을 거라는 생각이 깊이 들어서였습니다. 결국 무거운 짐 내려놓듯 방하착(放下着)할 때 존재의 본질이 일게 하는 '금빛 바람' 정도의 깨침 언저리에 다다랐을 뿐입니다. 오, 속세간 제욕(諸慾)의 무거움이여.

전의홍.jpg

국회 상징 '議'를 대입한

'議露金風'을 만들어 보네

나무가 잎 지우듯 허욕을

'금배지 나무'도 지운다면

그 노란

'금빛 바람' 일잖으랴

텅 빈 충만 빛나잖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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