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야말로 문화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기이지만 실제로 문화 활동에 참여할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과도한 입시경쟁 교육으로 인하여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꿈과 재능, 감성과 정신을 발달시킬 시간은 거의 없이 성장기를 보내야 한다. 오죽하면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에요'란 소리가 나오겠는가. 그러나 기회만 열리면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고루한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펼쳐낸다. 이번 주말 거제시 포로수용소유적박물관은 청소년 문화기획자들이 몇 개월에 걸쳐 작업한 단편영화 상영회와 특별 전시회를 연다.

거제포로수용소 야전병원을 배경으로 다룬 영화 <휘파람>은 15명의 지역 청소년들이 진로문화체험 프로그램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하여 만들어냈다. 영화제작 이론도 배우고, 촬영실습도 거치면서 시나리오 작성에서 촬영은 물론 후반 작업까지 모두 자기들 손으로 해냈다. 그뿐만 아니라 직접 배우로도 출연하여 열연을 펼쳤다 해서 화제다. 특별 전시 '포로외전'은 50년대 피난민들과 포로들의 삶을 총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청소년 20명이 자신들의 감성과 소통양식으로 풀어냈다. 거제란 지역 안에 응축된 한국전쟁의 기억과 상흔이 청소년들의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기획력을 통하여 어떻게 재해석되었을지 무척 궁금하다. 이 같은 활동은 교육 효과 측면에서 볼 때 삶의 터전인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고, 가치관과 정신세계를 형성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어 의미가 클 것이다.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업분야 중 으뜸인 문화예술분야에서 재능과 꿈을 키우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장점도 손꼽을 만하다. 안타까운 일은 청소년들이 지역사 탐구나 문화 생산 활동 같은 인성발달과 직결된 분야에 참여하여 재능과 꿈을 키울 기회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이 미래의 문화와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교육청이나 학교가 다양하고 풍부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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