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결과 진입로 나선형·시각경보기 고장
"안전·생존권 차별…전수조사해 법령 개선해야"

재난대피소에서도 장애인 안전과 생존권이 차별받고 있다.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와 경남아자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1년간 진행한 창원시 재난대피소 장애인 접근성과 편의시설 모니터링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대피소 315곳을 조사했는데 모든 장애유형이 대피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창원시 시민안전과로부터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대피소 목록'을 받아 표본조사에 나섰다. 지난 10월까지 민방위 대피시설 496곳에 대해 장애인 출입 가능한 마크 부착 여부와 장애인 출입 가능 시설 등을 확인한 결과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대피소는 417곳이었다.

이들은 세부적으로 △대피소 장애인 마크 부착 △대피소 공개 △휠체어 진입 가능 △청각장애인 대피소 이용 가능 △시각장애인 대피소 이용 가능 △재난응급용품 비치 여부 등을 조사했다.

창원시의 한 주민센터 지하에 있는 대피소. /김구연 기자

우선, 장애인 마크가 없거나 너무 낡아 식별이 어려운 대피소가 67%였다. 또 재난 시 타인의 도움 없이 휠체어가 대피할 수 있는 곳은 315곳 중 129곳에 그쳤다. 나머지 186곳은 휠체어 사용인의 접근이 어려웠다. 특히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주민센터 재난대피소는 장애인 마크가 있으나 계단뿐이어서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없었다.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더 심각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각경보기는 315곳 중 6곳만 사용 가능했다. 설치는 돼 있으나 고장 난 것으로 보이는 곳이 2곳이었다. 나머지 307곳에는 시각경보기가 없어 재난 발생 시 청각장애인이 즉각 대피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표본조사한 대피소 315곳 가운데 6곳만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장애인이 대피소에서도 차별받는 이유는 대부분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남정우 삼별초 대표는 "지하주차장은 진입로 경사가 매우 가파르거나 나선형이라 휠체어가 제어가 안 돼 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주택에 사는 장애인은 공공기관 대피소를 이용해야하는데 공공기관은 근무 시간 외에는 대피소 문을 폐쇄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게 막아뒀다"고 말했다.

▲ 창원시의 한 주민센터 지하에 있는 대피소. /김구연 기자

장애인 단체는 "재난대피소가 장애인 안전과 생존권을 차별하고 있다"며 "재난대피소를 대상으로 장애인 접근성을 전수조사해 모든 장애유형을 포괄하는 제도와 법령 개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장애인단체에서 말한 재난대피소는 민방위대피소로 성격이 다른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서는 "재난이 발생하면 주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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