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찬 대표 별세·상속 절차 진행 안 돼…시 "판매용 인수 곤란"

영록서점이 박희찬 대표 별세로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 '책 박물관 꿈꿨던 헌책의 아버지' 기사를 보고 한 시민이 영록서점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그는 기자에게 "영록서점 인수와 관련해 타진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접근해 볼 수 있을까요?"라며 문자메시지로 물어왔다.

영록서점을 찾던 손님인 그는 유족 측에 인수 의사를 전하고 한 차례 의견을 나눴으나 생각보다 큰 규모여서 인수를 포기했다.

그는 "유족 측과 한 차례 이야기를 나눴고, 조건이 제시된 것도 없었으나 예상보다 규모가 너무 커 인수를 포기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영록서점 영업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4층에 있던 책들을 1층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점에 책이 120만 권이나 있다.

고인의 형인 박희영 씨는 "4층에 새 임대인이 들어오기로 돼 있어 박 대표가 살아 있을 때 책을 내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건물주가 4층에 있던 책을 1층으로 옮기고 있다. 2~3일 내로 책 이동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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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박희찬 영록서점 대표./경남도민일보DB

서점에 있는 책이나 영사기, 레코드판 등 고인이 모아온 물품 판매 의사를 묻는 이들에 대해 그는 "고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유족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고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계하고 싶어도 상속 등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물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방향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영록서점이 책 박물관이 되거나, 또 다른 시설물에 책이 보관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창원시는 이승기 전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장이 수집해 왔던 영화 포스터를 인계받은 바 있다.

하지만 창원시는 영화 포스터를 인수한 것과 영록서점 건은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영화 포스터가 지닌 공적 가치만큼 헌책이 가치가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판매용이라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 인수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당시 창원시는 영화 포스터 약 5만 점을 심사하는 데만 1년,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만 2개월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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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희찬 대표./경남도민일보DB

창원시 관계자는 "영록서점이 도시재생이나 보존 등 구도심 스토리텔링에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국내에 얼마 남지 않은 헌책방으로 의미도 있다. 그러나 자료의 역사성, 중요성 등을 선별해야 하는 것이 우선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판매용 도서가 중심이 됐던 서점이라 책박물관 전환 여부도 보존가치가 있어야 한다. 당연히 도서를 일괄구매하는 것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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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록서점 모습./경남도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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