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선거 앞두고 홍 대표 "구체제 잔재 도려내야"
연이은 막말 반감 키워…반대파 당선 땐 리더십 위축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을 둘러싼 갈등 봉합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자유한국당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다음 달 12일 당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 홍준표 대표 측과 친박 등 그 외 진영의 공방이 격화되는 것인데, 특히 홍 대표는 예전의 '싸움닭' 모드로 돌아가 '내 편 아니면 적' 전방위적 정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홍 대표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사당화 운운 떠들면서 또다시 계파 부활을 시도하는 못된 사람들이 있는데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27일 한 행사에서는 "아직도 구체제 잔재들이 준동하고 갈등을 부추기려 하지만 신경 안 쓴다. '비빔밥 식' 화합과 통합은 안 되며 암덩어리는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친박 성향의 한선교 의원은 28일 원내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계속 모른 척하고 넘기기에는 홍 대표 언사가 도를 넘었다. '바퀴벌레'로 시작해 이제는 '암덩어리', 나아가 '고름'이란 막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원내대표마저 복당파를 내세워 화룡점정 하려는 홍 대표의 사당화 시도를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비박계 나경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홍 대표가 또 고름, 암덩어리 막말을 쏟아냈다"며 "선거 초반부터 홍 대표는 겁박과 막말로 줄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보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 대표의 막말"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도 가만있을 리 없었다. 그는 28일 다시 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근혜 사당화 7년 동안 아무 말도 못하더니 홍준표 5개월을 사당화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니 참으로 가관"이라며 "당이 수렁에 빠질 때는 숨어 있다가 수렁에서 건져내니 이제야 나타나 당 대표를 욕하면 의원들 표를 얻을 수 있나? 자기 역량으로 표 얻을 생각은 하지 않고 대표를 공격하거나 대표를 팔아 원내대표에 나서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홍 대표는 급기야 자신의 강력한 우군으로 알려진 이주영(창원 마산합포) 의원까지 겨냥했다. 과거 '홍판표'라는 본명을 '홍준표'로 개명한 것과 관련해 "헛소문이 너무 많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어느 분이 자기가 내 이름을 개명해 주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이기에 해명한다"며 불쾌한 심경을 표출한 것이다.

많은 이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의원이 개명에 주요 역할을 했다는 설이 제기된 지 10여 년이나 지난 시점에 나온 뜬금없는 해명이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도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 홍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에 걱정하는 당원이 많다. 특히 막말에 가까운 일부 표현은 당 이미지를 더욱 비호감으로 만들고 있다"며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이름 하나 바꾼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저하고 진실공방이라도 벌이자는 것인가? 원내대표 경선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견제용 아닌가?"라고 따졌다.

젊은 날 검사-판사 시절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가까운 사이였던 두 사람 충돌 배경엔 역시 원내대표 경선이 있었다.

친박 일각이 이 의원을 앞세워 당권을 노리자, 친박을 '암덩어리' '고름'처럼 보는 홍 대표로서는 친박이나 이 의원 모두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홍 대표는 그럼 과연 계파로부터 자유로운지 의문이 적지 않다. 당장 원내대표 경선만 해도 3선 김성태 의원에 대한 홍 대표 측 지원설이 끊이지 않고, 당 주요 요직에도 홍 대표 측근이 다수 배치된 게 사실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둘러싸고도 홍 대표 사람들의 공천 내정설, 특정 단체장 교체설 등이 수시로 흘러나오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아무리 개인적인 인연이 있고 나를 극렬히 지지해도 당선 안 되면 절대 공천하지 않는다. 나와 원수지간이라도 선거에 이길 수 있으면 공천하겠다"고 진화에 나서긴 했지만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원내대표 경선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가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진영 후보가 당선되거나 홍 대표 쪽 후보가 참패할 경우 홍 대표 리더십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친박 청산' '보수 혁신' 등 나름 대의명분이 확고한 홍 대표지만 불필요한 막말과 독설로 그 정당성마저 스스로 갉아먹는 형국이다.

이주영 의원은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우리 정치사에 타협보다 분열을 일으켰던 정치인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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