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취약한 복지 수준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표적인 현상은 노인 빈곤이다. 그것의 상징으로 거리에서 폐자원을 수집하는 노인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폐지 1㎏당 100여 원에 불과하지만, 생계수단이 없는 노인들은 이 겨울에도 위험한 길거리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공식적인 취업이 아닌 만큼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잇는 노인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지만, 경남도 실태조사에서 올해 8월 기준 도내 폐지 수집 노인은 1670명으로 잡혔다. 이들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283명으로 16.9%에 그쳤다. 나머지 83.1%는 절대 빈곤선을 벗어난 노인들이라기보다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 자격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폐지 줍는 노인 중에는 85세 이상도 136명(8.1%)이나 되었다. 또 노인들의 하루 수입은 3000~5000원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 지원과 직접적인 생계 지원이 노인빈곤의 대책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역대 정부의 노인복지 정책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빗발치는 여론을 '찔끔' 받아들이는 수준에 불과했다. 노인 일자리 지원은 노인이 혼자 생계를 꾸릴 수 있는 만큼의 수준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는 형식적이거나 시늉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도내 시군에서 노인 일자리 확충 사업으로 유행하고 있는 아동안전지킴이 일자리의 경우 활동력이 떨어지는 노인의 신체적 특성에도 맞지 않다. 정부 주도형 공공 일자리를 확충하되 노인이 해낼 수 있는 일자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빈곤노인이나 장애인의 복지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손꼽힌 부양의무자 제도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생계·의료급여를 제외한 주거급여에 한해서 그것도 내년 10월에야 적용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복지 정부를 표방한 만큼 문재인 정부는 부양의무제 전면 폐지, 기초연금의 획기적 인상 등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정책을 도입하는 데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최근 논의가 활발한 기본소득제의 도입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인빈곤만큼 시급한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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