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 한국 왔는데 죽으란 건지 모르겠어요. 좀 도와주세요."

이달 초,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0여 년 전 한국에 온 새터민이라고 밝힌 그는 살려달라, 안 죽으려고 한국 왔는데 죽을 것 같다고 다급하게 전화를 해왔다. 이튿날 만난 그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10여 년 전 한국에 들어와 지금껏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창원시를 벗어나 본 적도 없다고 한다. 집과 공장을 전전해가며 열심히 살았는데 최근 본인이 암 판정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고, 모아뒀던 돈을 대부분 썼다고 했다. 거기다 아들까지 최근 큰 병에 걸려 일도 못하고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그나마 시집간 딸이 있어 조금 도움을 받고는 있으나 딸 역시 시부모 간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새터민은 "하나센터와 구청에도 문의해봤지만 그간 꾸준히 발생한 수익 내역 때문에 도울 수 없다고만 하더라. 정치계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난다. 북한에서 온 새터민이라는 이유로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서"라며 손을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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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바람은 크지 않았다. 암 치료가 마무리되고 있어 몸이 회복하는 동안만이라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나 차상위계층으로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다. 몸이 회복하면 재취업해 아들 병간호도 함께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힘들게 중국으로, 다시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착실하게 세금도 납부했고 누구보다 한국에 빨리 적응하려 노력도 많이 했다고 한다.

도울 방법을 찾아 시도해봤으나 돌아온 대답은 "도울 수 없다"뿐이었다. 그래서 지면을 활용해 도움을 구해볼까 한다. 이제는 한국인이 된 그를 누가 좀 도와줄 수 없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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